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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IT 실내디자인 박진배 교수, 신간 '공간미식가' 펴내
문학·음악·미술·영화 등 박식… '걸어다니는 文化백과사전' 불려

"도시는 시(詩)입니다. 장소와 사물 하나하나가 응축한 뜻을 품고 있죠. 도시와 시, 둘 다 디코딩(decoding·암호 해독)하지 않으면 깊이 이해할 수 없어요."

지난 4일 서울 용산의 자그마한 동네 카페에서 박진배(59) 뉴욕 FIT 실내디자인과 교수(마이애미대 명예 석좌 교수)가 말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그가 최근 신간 '공간미식가'(효형출판)를 펴내고 잠시 한국을 찾았다. '공간미식가'는 지난 2년 반 본지에 연재한 칼럼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을 보완해 엮은 책. 영국 시골길부터 뉴욕 마천루의 옥상까지 그의 예리한 눈이 스캔한 세상 곳곳의 풍경이 등장한다.

박 교수는 음악·문학·미술·영화 등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걸어 다니는 문화 백과사전'이다. 그가 꼽은 비결은 안목(眼目). "'성인은 기차를 놓치지 않는다'는 헤밍웨이의 말이 있어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과 '아는 만큼 보인다'를 포함한 의미죠. 세상도 안목과 연륜이 있어야 진정 즐길 수 있습니다."

"미감(美感)은 타고날지 몰라도 안목은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안목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연료 삼아 공부와 발품으로 일군 것"이라고 말했다. 지독한 편집광이다. 1990년대 슬라이드 12만장을 찍어 아카이브를 만들고, 30년 동안 이면지에 아이디어 파편을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즉시 책과 인터넷을 뒤지고 현장 답사를 하며 지식의 곳간을 채운다.

신간 제목에 들어간 두 단어 '공간'과 '미식'은 그를 규정하는 대표 타이틀. 30년간 디자인을 가르치면서 뉴욕 맨해튼에서 한식당('곳간')을 직접 운영했다. 바텐더·일식 요리사 자격증도 있다. 서울 경운동 민병옥 가옥을 개조한 식당 '민가다헌'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장르를 넘나드는 관심은 이력에도 묻어난다. 보기 드물게 상대(연세대 응용통계학과 학사), 가정대(연세대 주생활학과 석사), 미대(뉴욕 프랫대 인테리어 디자인 석사), 공대(연세대 건축공학과 박사)를 거쳤다. 1988년 국내 교육부 공인 남자 가정학 석사 1호 기록도 세웠다. "고교 졸업 후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 반대로 상대로 진학했어요. 지도 교수님께 가정대 대학원을 갈 거니 졸업만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죠. '내 교수 인생에서 처음 보는 학생'이라면서도 흔쾌히 도와주셨습니다." 그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다. 5년 전 학과 창립 50주년 기념집에서 윤 교수는 그를 가장 인상에 남는 제자로 꼽았다.

박 교수는 "세상의 절반은 돈 것 같다"고 했다. "절반이나 봤다는 얘기가 아니라 절반밖에 못 봤다는 의미예요. 제 지역구는 이 세상입니다. 영원히 관찰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기고자 :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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