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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의원 41%가 ＂불신임＂
정치적 입지엔 상당한 타격

보리스 존슨<사진> 영국 총리가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촉발된 당내 신임 투표(confidence vote)에서 간신히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의 퇴진을 주장한 반대표가 40%를 넘어선 데다, "뻔뻔하게 자리에 집착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정치적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파티 게이트는 2020~2021년 신종 코로나 봉쇄 기간 총리실이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수십 차례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추문(醜聞)이다.

영국 집권 보수당 평의원(하원 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는 6일(현지 시각) "존슨 총리의 당대표직 유지에 대한 신임 투표에서 소속 의원 총 359명 중 과반(過半)인 211명(59%)이 찬성해 그의 당대표직 유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는 이날 오전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소속 의원이 당내 규정인 15%(54명)를 넘어섰다"며 전격적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이번 신임 투표는 존슨 총리에 대한 여론이 최근 급격히 악화하며 추진됐다. 존슨 총리는 파티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11월 말 이후 "이 사건에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총리가 방역 규칙을 어긴 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며 사퇴 요구가 빗발쳤으나,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할 일이 많다"며 이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공개된 파티 게이트 조사 보고서에서 총리실이 신종 코로나 봉쇄 기간 중 총 15건의 부적절한 파티를 벌였고, 총리가 8차례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며 여론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은 "특히 지난 3일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 행사에 나타난 총리 부부에게 군중의 야유가 쏟아진 것을 계기로 당내 불신임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분석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원내 다수당인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이 전통이다. 당대표에서 해임되면 총리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보수당의 경우 1922 위원회가 의회 내 불신임과 별개로 당대표에 대한 신임 투표를 통해 총리를 해임할 수 있다.

BBC와 일간 가디언 등은 "당대표에 대한 신임을 1년 내에 다시 묻지 못하게 한 보수당 규정에 따라, 존슨 총리는 당분간 자리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소속 의원 41%가 불신임 의사를 표시해 앞으로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23일 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이 1석도 얻지 못하고 패배할 경우, '총리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사퇴 압력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회 차원의 불신임 투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전임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2019년 노동당이 발의한 총리 불신임 투표에서 불신임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가까스로 낙마를 면했다. 하지만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면서 6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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