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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지지옥션배 13일 개막

바둑은 연령과 성별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임이다. 20대 남성 기사들이 정상권을 독점하는 가운데 시니어와 여성 기사들은 기를 펴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이와 성별 중 어느 쪽 핸디캡이 더 클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2007년 실험적 이벤트가 출범했다. 13일부터 16회째 대회가 시작되는 지지옥션배다. 양측에서 12명씩 출전, 승자가 계속 대국해 어느 한 팀이 전멸하면 끝나는 연승전 형식이다. 출범 당시 시니어 연령 하한선은 만 45세였다.

연령과 성별을 믹스한 경기 방식이 크게 히트쳤다. 또한 양측의 팽팽한 전력 균형이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양대 진영은 대회 초창기 마치 사전 약속이라도 한 듯 우승을 주고받았다. 2014년 8회 시점 4승 4패였고 어느 쪽도 연승, 연패가 없었다.

양측 멤버가 전원 끝까지 갈 경우 스코어는 12대11이 된다. 그런 경우가 두 번 있었다. 2010년 4회 때는 여성 팀 최종 주자 박지은이 막판 2연승으로 올라온 조훈현을 꺾고 우승했고, 2011년 5회 때는 최정과 조훈현이 8연승씩 거두는 접전 속에 최종 주자 유창혁이 3연승으로 마무리한 시니어 팀이 승리했다.

하지만 2014년 8회 때부터 양팀 전력 균형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2년 연속 여성 쪽이 12대6으로 대승한 것이다. 주최 측은 고심 끝에 '운동장'을 일부 손질했다. 2016년 10회부터 시니어 선수 하한 연령을 40세로 낮춘 것. 간판도 '여류 대 시니어'에서 '신사 대 숙녀'로 바꿔 달았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비웃듯 여성 팀은 더욱 강해져 갔다. 10회까지 5승 5패 마지막 균형을 이룬 뒤 최근 5년간 신사팀에 4승 1패 중이다. 연도별 총 성적은 신사 팀 6승, 숙녀 팀 9승, 합산 승패도 158승 대 146승으로 여성 팀 우세다.

숙녀 팀이 우위에 서게 된 배경으론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주력 선수 대부분이 10대와 20대로 인공지능 등 첨단 환경에 적응하는 데 더 유리한 시대란 점, 둘째 출중한 스타 한두 명이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이 여성 팀에 유리하게 작용 중이란 점이다. 올해도 양팀 합해 최고 랭커는 최정(20위·이하 선발 시점인 5월 랭킹 기준)이다.

두 팀 공히 시드 3명, 선발전 8명, 와일드카드 1명으로 구성된다. 올해 와일드카드를 보면 전력 균형을 위한 주최 측의 노력이 또 한번 확인된다. 신사 팀에 28위 조한승(40)을, 숙녀 팀엔 239위 이슬주를 지명한 것. 그 결과 평균 랭킹은 신사 팀(133.7위)이 숙녀 팀(164.5위)을 앞질렀다.

신사 팀은 이창호(49위)와 안조영, 최명훈 등 시드 멤버가 주축이다. 선발전을 거친 유일한 50대 유창혁(56)의 역할이 주목된다. 40·50대로 나눠 거행하던 예선을 합쳐 평균 연령이 8세나 낮아진 것도 신사 팀의 호재. 숙녀 팀은 최정과 함께 오유진, 김채영 등 상위 랭커들이 대회 후반에 배치될 전망이다.

15년간 다양한 기록이 쌓였다. 단일 연도 최다 연승은 10회 때 서봉수의 9연승이고, 그 뒤를 조훈현·최정의 8연승(이상 5회)이 따르고 있다. 통산 누적 승수 1~3위는 조훈현(23승 6패), 서봉수(20승 12패), 최정(19승 5패) 순이다.

올해 숙녀 팀은 3연패(連覇), 신사 팀은 3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개인과 성별, 연령상 자존심 외에도 져서는 안 될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우승 상금(1억2000만원) 외에 준우승 팀에겐 1원도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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