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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형극 거장 루실 보송

"인형과 오브제(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게 인형극의 매력이다. 인형은 발이 없어도 걸을 수 있다. 날아다니기도 한다. 사람은 할 수 없는 게 많지만 인형은 할 수 있는 게 무한하다."

루실 보송(72·사진)은 인형극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프랑스 국제인형극연구소 소장, 국립인형극학교 교장 등을 지낸 그가 춘천국제인형극학교(CSOP) 명예교장을 맡아 내한했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는 30년 넘게 춘천인형극축제를 개최해온 춘천시가 오는 8월 문을 여는 인형극 전문교육기관이다. 지난 5일 서울에서 만난 보송은 "춘천에 아시아에서 최초로 전문학교가 개설된다는 것은 인형극을 짊어지고 갈 젊은 인재와 연구자, 관객이 생긴다는 뜻과 같다"고 말했다.

보송의 아버지는 조각가였다. 흙덩이가 조각상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란 셈이다. 인형극과 전문 공연장 기획자로 유명해진 그는 "인형극도 그 시작은 맨손으로 뭔가 창조해 내는 것"이라며 "1980년대 초에 본 인형극 '변신'은 매 순간 달라지는 인형뿐만 아니라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까지 보여주는 공연이었는데 그날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인형극은 가장 단순한 것부터 가장 복잡한 것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예술로 확장될 수 있다. 현대의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한 재창조도 가능하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가 인형극의 오랜 전통과 현대성, 미래까지 아우르는 용광로가 될 것으로 믿는다."

춘천국제인형극학교는 현재 가을학기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교육비와 숙소 등은 전액 무료. 국내외 인형극 전문가들이 강의하고 창작한다. 보송은 "프랑스 국립인형극학교 졸업생들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며 "공연이나 제작, 강의 말고도 인형을 3D로 구현하거나 그것을 다시 캐릭터로 발전시키는 일도 한다"고 전했다.

보송은 서울에서 내비게이션까지 스크린을 5개나 켜놓고 운전하는 택시기사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인형극도 그런 것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두렵지는 않을까. "전혀. 셰익스피어가 왜 지금도 흥미로울까?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건축물이라도 그 안에 영혼이 깃들면 영원하다'는 동양 속담이 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100년 뒤에도 인형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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