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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물가 5% 상승, 13년만에 최고

직장인 이모(40·서울 노원구)씨는 지난 5월 연휴 때 아내와 두 초등생 자녀 등 네 식구가 놀이공원에 다녀오는 데 30만원 넘게 썼다. 자유 이용권과 주유비, 외식비를 합친 금액이다. 이씨는 "휴가철이 다가오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바깥나들이하기가 겁이 난다"며 "매년 3박 4일 가족 여행을 떠났는데 올해는 2박 3일로 줄이고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5월 개인 서비스 물가가 1년 전보다 5% 넘게 올라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갈비탕·자장면 같은 외식 물가와 숙박료, 놀이 시설 이용료 등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 물가를 합친 것으로, 주로 바깥나들이를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기름 값을 비롯해 타이어 값과 세차비 등 차량 유지비도 지난달 25% 급등했다.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5.1%로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12월(5.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 외식 메뉴인 갈비탕 값 상승률이 1992년 1월(12.3%) 이후 30년 5개월 만에 최고치인 12.2%로 집계되는 등 외식 물가가 7.4% 올랐다.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외식 품목 39가지가 모두 올랐다. 외식을 제외한 서비스 물가도 3.5% 올라 2011년 7월(3.5%)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 특히 호텔 숙박료(7.7%)와 놀이 시설 이용료(6.2%) 등 여름철 수요가 높은 바캉스 물가가 크게 올랐다. 에버랜드는 6월 들어 성수기 주말 요금을 청소년 기준 4만4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올렸다. 코로나 거리 두기 완화로 회식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달 대리운전 이용료도 13.2% 올랐다. 2005년 1월 대리운전 이용료 물가 집계 이후 1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다시 오름세다. 1월 6.3%였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2~4월에는 2% 미만으로 유지되다가 지난달 가뭄 여파로 4.2%로 뛰었다. 고물가에 가뭄까지 겹치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서울 도봉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를 방문해 현장 물가를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생활 물가도 불안하다"며 쌀·수박·돼지고기·계란 등 농축산물 24품목을 구매할 때 20~30%(최대 1만원)를 지원하는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사업 등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했다.

◇차량 유지비도 25% 급등

5월 '개인 운송장비 운영비' 상승률은 25.2%(전년 동월 대비)로 2008년 7월(27.6%)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량 유지비를 뜻하는 개인 운송장비 운영비에는 휘발유 등 연료비와 타이어·세차료·엔진오일 교체료 등 유지·수리비, 대리운전 이용료·주차료 등 각종 부대 비용이 포함된다.

연료비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휘발유(27.0%), 경유(45.8%), 자동차용 LPG(26.0%)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5월 넷째 주 평균 주유소 판매 가격은 휘발유가 L당 1993.8원, 경유가 L당 2000.3원이었다. 유지·수리비는 자동차용품(11.0%), 자동차 타이어(9.8%), 세차료(8.7%), 엔진오일 교체료(8.4%) 등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고물가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이달 중 새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12월 전망치는 2.2%였다. 정부가 4%대 물가 상승률을 전망한 것은 11년 전인 2011년(4%)이 마지막이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진입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정책 당국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해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과거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을 키우게 된다"고 했다.

[그래픽] 주요 개인서비스 5월 상승률 기고자 : 정석우 기자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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