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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들 ＂주요사업 재검토＂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인 중 전임 단체장이 추진했던 주요 사업을 폐지하거나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경우가 많아 각 지역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지방 권력이 교체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와 타당성 검토 없이 추진한 사업은 사업성을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자칫 '전임자 흔적 지우기'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도지사에 당선된 국민의힘 김영환 당선인은 충북도가 주최해온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무예 올림픽'이라는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현 지사가 대표적 업적으로 내세우는 사업이다. 충북도는 2016년 사단법인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를 조직해 같은 해 청주에서 첫 대회를 치렀고, 2019년에는 충주에서 2회 대회를 열었다. 충북도는 2회 대회까지 국비와 도비, 충주·청주 시비를 합쳐 226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대회를 찾은 방문객이 1·2회 대회를 합쳐 약 22만명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충북도는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환 당선인은 지난 2일 충북도청을 찾은 자리에서 "세계무예마스터십이 꼭 필요한 것인지, 돈을 꼭 거기에 써야 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인수위 과정에서 점검하겠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도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도민 공감성이 떨어져 흥행에 실패하고 학생 동원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은 민주당 송철호 현 시장이 추진해온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 단지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2030년까지 울산 앞바다에 9기가와트(GW) 규모의 부유식 해상 풍력 단지 건설을 계획했다. 9GW는 1GW짜리 원전 9기의 설비 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해상 풍력발전은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고 운영이 까다롭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당선인은 "어민들이 어장에 피해가 간다며 반대하고 있고 어민 간 갈등도 있어 무작정 추진할 일이 아니다"라며 "울산 시민에게 어떤 이익을 줄지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12년 만에 지방 정권 교체가 이뤄진 강원도에서는 도청 신축 이전 장소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소속 현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월 도청사 신축 이전 부지를 춘천시 근화동의 캠프 페이지(옛 미군 기지)로 확정했다. 오는 2027년까지 청사를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당선인은 "도민 공청회도 열지 않는 등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강원지사·춘천시장, 춘천 지역 국회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 3명이 도청 신축 이전 부지를 결정했다"며 도청 신축 이전 부지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김 당선인은 지난 2일 강원도청을 찾아 "도청 이전 문제는 강원도와 춘천시의 100년 미래를 보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인천시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유정복 당선인도 민주당 박남춘 현 인천시장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관련 정책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남춘 시장은 인천 서구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을 2025년에 종료해 서울·경기의 쓰레기는 더 이상 받지 않고 인천만의 자체 매립지를 조성한다는 입장이었다. 자체 매립지 조성을 위해 617억원을 들여 옹진군 영흥면에 부지도 매입했다.

하지만 유정복 당선인은 인천만의 자체 매립지가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를 처리할 대체 매립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시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대체 매립지를 찾기로 한 만큼 인천만의 자체 매립지는 필요하지 않다"며 "이미 매입해 놓은 부지는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했다.

엄태석 서원대 사회복지학부(정치학) 교수는 5일 "새 단체장이 기존 사업을 재검토할 수는 있지만 전문가와 주민 의견 수렴 등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적 평가를 통해 장·단기 성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6·1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재검토하는 전임자들 주요 정책 기고자 : 청주=신정훈 기자 울산=김주영 기자 춘천=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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