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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5분간 8발' 미사일 발사
尹 ＂한미 연합방위 강화하라＂

북한은 5일 오전 9시 8분쯤부터 43분쯤까지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다. 한·미가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을 마친 지 하루 만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들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약 110~670㎞, 최대 고도가 약 25~90㎞, 속도는 마하 3~6으로 탐지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변칙 기동을 하는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비롯, 초대형 방사포(KN-25), 신형 단거리 전술지대지미사일 등 4종의 미사일을 2발씩 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 같은 탄도미사일 '소나기 발사'는 처음이다. 한국군과 주한·주일 미군 기지 등 여러 목표물을 다양한 미사일로 동시에 타격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합참은 이날 오전 9시 10분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북,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발사'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8발을 난사하기 시작한 지 2분 만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자주 사용하던 '미상 발사체' '불상 발사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10시 40분엔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렸고, 참석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일요일인 이날 김건희 여사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려던 윤석열 대통령은 일정을 취소하고 NSC 회의장에 들러 "북한이 9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고 했다. '규탄' '도발'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당국자들의 공식 발언·문건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어휘다.

이날 북한의 도발은 올해 들어 18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번째였다. 합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유관 부서와 언론에 전파하고, 안보실장이 NSC 상임위를 소집하는 등 북한의 무력시위를 다루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 방식과 절차는 문재인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보여주기식 대처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도발의 수위를 짐작하기 어려운 '미상 발사체' 대신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하는 '탄도미사일' 표현을 합참의 1보부터 사용하고,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사용을 자제하던 '규탄' '도발' 표현을 거듭 적시하는 등 내용 면에선 뚜렷한 변화가 있다.

특히 외교가에서 주목하는 것은 최근 북한 도발에 맞서 정부가 취하는 군사·외교적 조치들이 한·미 공조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도발이었던 지난달 2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당시 한·미는 곧장 안보·외교·국방 분야 고위급 채널을 전면 가동했고, 한국군의 현무-II와 미군의 ATACMS(에이테킴스) 미사일을 공동으로 대응 발사했다.

이후에도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동향이 계속 포착되자 한·미는 전날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해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 4년 7개월 만이었다.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북한의 침략적인 행동에 한·미 동맹 차원에서 대응할 의지와 능력과 용기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긴급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한·미는 북한의 연쇄 미사일 발사를 놓고 온도 차가 뚜렷했다. 미국은 북한의 무력 시위 때마다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들어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주도하고 단독 제재까지 발동했지만 한국은 공동성명에 3차례 연속 불참하는 등 대북 규탄·제재에 극도로 소극적이었다.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3각 공조는 5년 내내 일종의 '금기어'였다.

하지만 한·미 동맹 재건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 출범과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공조는 빠르게 복원되는 모습이다. 한·미·일은 지난 3일 서울에서 북핵 수석대표 회동을 가진 데 이어 7일 서울에선 3국 차관 협의를 갖는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핵 대응이 제1 의제가 될 전망이다. 기고자 : 이용수 기자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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