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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세계 1위지만 충전업체 33개 난립… 호환 안되고 고장 잦아

테슬라 모델3를 타는 직장인 장모(33)씨는 전기차 충전을 위해 들고 다니는 멤버십 카드만 6개다. 전국 충전기 사업자가 33개에 달해 환경부가 발급한 카드만으로는 로밍(호환)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되더라도 회원이 아니면 요금이 1.5~2배 비싸기 때문이다. 장씨는 "언제 어디서 충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일이 회원 가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 주말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포르셰 충전기를 보고 충전을 시도했지만, 로밍이 안 돼 실패했다. 브랜드 충전소는 타 브랜드 차량도 충전이 되는 개방형과 폐쇄형이 있는데 폐쇄형이었던 것이다. 구축 아파트에 거주 중인 장씨는 흔히 말하는 '집밥(집에 있는 충전기)'이 없어 매번 집 근처 동사무소에 주차가 무료인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차를 대놓고 충전한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이 세계 최고의 충전 인프라를 갖췄다는 통계를 내놨다. 지난해 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대수가 2.6대로, 30국 가운데 가장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전기차 소유주들이 이런 숫자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채 불만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전사업자 민간 개방과 정부 보조금 정책이 맞물리며 자격이 안 되는 영세 업체들이 난립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2016년부터 민간 충전사업자를 지정해온 정부는 2020년부터는 아예 민간에 사업을 전면 개방하고, 충전기를 설치하면 누구든지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에 따라 영세 업체들이 충전기 설치 보조금만으로 이익을 남긴 뒤 사후 운영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늘었다. 전기차주들이 고장 난 충전기 때문에 허탕을 치는 경우가 빈번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 중견 충전업체 대표는 "사무실 하나만 차려 놓고, 서버는 빌리고 중국산 충전기를 위탁 설치한 뒤 의무 보유 기간이 지나면 충전기 자리를 프리미엄 받고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멀쩡한 충전기를 다시 뜯어 새것으로 갈아 세금 낭비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보조금 장사'에만 몰두하다 보니,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충전기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지 않다 보니, 충전기 숫자가 많아도 정작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정부가 완속충전기 중심의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고속충전기 숫자는 한참 뒤져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충전기 수는 10만5000대로 이 중 저속이 86%(9만대)로 대부분이고 고속은 14%(1만5000대)에 그쳤다. 전 세계 평균이 저속충전기 68%, 고속충전기 32%인 것과 대비된다. 중국은 고속충전기 비율이 41%에 달한다.

정부는 문제가 지적되자 올해부터 충전기 설치 후 의무 보유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또 33개인 업체 수를 올해 25개로 줄이기 위해 서류 심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25개도 여전히 많은 데다, 사후 관리 규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소비자가 자주 찾아 충전을 많이 하면 이익이 남도록 하는 구조가 돼야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관리도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류정 기자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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