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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는 살짝 익혀서 와인과 함께 드시길

"뭐 그런 걸 먹냐? 너희 고생했는데 내가 어, 고기랑 술이랑 제대로 오늘 한번 산다." 그리고 마석도(마동석)는 반원들을 양꼬치집으로 이끈다. 아아, 괜찮을까? 나의 마음이 불안해진다. '범죄도시'(2017)의 결말은 여러모로 해피엔딩이다. 2004년, 마석도가 이끄는 금천경찰서 강력반원들은 가리봉동 일대에서 30명에 이르는 조선족 폭력조직원을 검거했다. 희대의 살인마 하얼빈의 장첸(윤계상)도 마석도가 일대일 격투 끝에 제압했다. 이래저래 쾌거를 이룬 뒤의 식사인 데다가 반원들이 먹겠노라고 했던 순댓국이나 콩나물해장국보다는 메뉴도 사뭇 낫다. 그렇지만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자막을 보는 나의 마음은 영 편치 못하다. 다들 양꼬치를 제대로 익혀 먹으려나? 회식 장소가 어디인지 알면 쫓아가고 싶을 정도다. 형사님들, 고생 많으셨으니 꼬치는 제가 굽겠습니다. 편하게들 드십쇼.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양고기는 극적인 입지 변화를 겪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양고기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었다. 딱히 맛있지도 않아서 민트 젤리로 특유의 누린내를 열심히 잡아줘야 했다. 그런 양고기가 중국 동포들의 유입으로 대중화되었다. 대림동이나 화양동 같은 동종 밀집 지역이 아니더라도 양꼬치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양고기를 잘 먹고 있을까? 그걸 잘 모르겠다. 양꼬치집에 가면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리며 각 식탁의 양꼬치 조리 상태를 확인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너무 익혀 양꼬치가 말라 비틀어져 있다. 금천경찰서 강력반도 저렇게 양꼬치를 익혀 먹었겠지. 그래서 쫓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양고기의 기름기가 적지는 않지만 대체로 잘게 썰어 1000도가 넘는 숯불에 올리니 굉장히 빠르게 익는다. 게다가 양고기는 원래 많이 익혀 먹지 않는다. 쇠고기의 조리 표준 상태가 미디엄이라면 양고기는 미디엄 레어가 보통이며 레어로 먹어도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느 정도로 익히면 적당한 걸까? 불 한가운데 올려 놓은 꼬치라면 정말 맥주 두어 모금 마시는 사이에 다 익어 버리니 주의를 기울여 주는 게 좋다. '정말 이 정도만 익혀서 먹어도 좋은 걸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표면에서 붉은 기가 가셨다면 다 익었다고 봐도 좋다. 나머지는 불 위 거치대에 올려 잠시 식히는 동안 마저 익는다. 고기를 씹었을 때 크게 저항하지 않고 고깃결이 쪼개지지 않는다면 잘 익은 것이다. 꼬치의 자리를 계속해서 바꿔주는 것도 요령이다.

저변이 넓어진 만큼, 요즘 양고기는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6개월~1년 이하의 어린양(램)을 취급하는데 갈비를 권한다. 갈비는 크게 어깨 쪽을 '숄더랙', 배 쪽을 '프렌치랙'이라 일컫는데, 전자에 살이 더 많이 붙어 있는 반면 후자의 맛이 훨씬 더 섬세하다. 조리도 딱히 복잡하지 않아서 기름을 둘러 뜨겁게 달군 팬에 지진다는 느낌으로 익힌 뒤 10분 정도 두었다가 먹으면 된다. 이때 조리용 온도계를 쓰면 실패할 확률도 현저히 낮아진다. 호주 양고기 협회에서는 최적인 미디엄 레어의 온도로 60~65도를 추천한다.

양꼬치에는 맥주를 떠올리지만 집에서 양고기를 구웠다면 와인을 권한다. 레드와인이라면 모든 붉은 고기에 잘 어울린다고 말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최선의 조합이 있다. 아무래도 양고기에는 드라이한 카베르네 소비뇽보다는 체리나 베리류의 맛과 향이 전면에 나서는 쉬라 같은 품종이 훨씬 잘 어울린다. 호주의 대표 품종이며, 프랑스로 치자면 남부인 론 지역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 금방 익는 양고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대략 20분 안에 그럴싸한 와인 술상을 차릴 수 있다. 기고자 : 이용재 음식평론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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