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4년 공들인 '벤투 축구', 세계 1위 브라질엔 속수무책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국가대표 평가전은 국내 축구팬들에겐 축제였다. 6만여 명의 만원 관중은 브라질의 네이마르(30 ·PSG),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스타를 보면서 열광했다. 1대5로 대패했지만 경기를 마친 뒤 기립 박수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장내 열기와는 달리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경기 내내 굳어 있었다.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는 맹위를 떨쳤던 벤투호의 축구가 세계 최강팀 브라질을 상대로는 많은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1대5 4점 차 패배는 최다 점수 차이자 최다 실점 패배다. 한국과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맞붙는 포르투갈, 우루과이도 브라질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날 패배를 토대로 '오답 노트'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멍 숭숭 빌드업

벤투 감독의 주요 공격 전술은 '빌드업(Build up)'이다. 최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최전방까지 물 흐르듯 보내 골을 만들어내는(Build up) 작전이다. 가장 중요한 건 패스 정확도다. 수비 진영에서 패스를 차단당하면 바로 역습을 당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이 맹점을 정확히 간파했다. 그래서 경기 초반부터 한국 수비진을 거세게 압박했다. 브라질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 팀답게 팀 전체가 한 몸이 된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 패스를 어렵게 만들었다. 수비진에서 패스를 돌리던 선수들은 강한 압박에 당황했고, 공격을 전개하기도 전에 공을 뺏겼다. 브라질의 네 번째, 다섯 번째 골이 전부 한국 선수들이 후방에서 공을 주고받다가 뺏겨서 허용한 골이었다. 벤투 감독은 "그래도 지금의 스타일(빌드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세부적인 전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벤투호의 주요 수비 전술은 강한 압박이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공격수를 포함한 모든 포지션에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만을 발탁해 왔다. 브라질전에서는 이 압박 역시 통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전방을 압박했지만, 그랬기 때문에 중원이 자주 비었다. 브라질 수비수들은 화려한 개인기와 패스로 전방 압박을 뚫어냈고, 비어 있는 중원을 거쳐 골문까지 단박에 내달렸다. 달려오는 브라질을 상대로 한국 수비진은 공을 가진 선수만을 몰아붙이기 급급했고, 1~2번의 패스로 비어 있는 선수가 골문 앞까지 전진하는 걸 허용했다.

◇오리무중 손흥민 활용법

EPL 득점왕 손흥민(30·토트넘)도 무력했다. 손흥민은 이날 수비수들에게 집중 마크를 당하며 본인의 특기인 전력 질주를 포함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 초반에는 공 없이 여러 번 침투했는데, 패스를 받지 못했다. 브라질 수비수들이 전부 손흥민에게 공이 갈 길목 사이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중후반에는 중원으로 내려와 공을 잡고 직접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역시 수비수들에게 겹겹이 싸여 빼앗겼다. 결국 손흥민은 골대 멀리서 공을 잡자마자 슈팅을 때리는 수밖에 없었고, 여의치 않았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을 포르투갈, 우루과이같이 압박을 잘하는 강팀을 상대로 '빌드업' '전방 압박'을 고수했다가는 브라질전처럼 대량 실점할 수 있다"고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역시 "강팀을 상대로 하나의 방법으로는 승산이 없다"며 "전술의 다양성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빌드업(Build up)

상대 압박을 뚫어내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움직임 및 패스를 통칭하는 축구 용어.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최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빌드업 전술을 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