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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임금피크제 Q&A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8일 만에 고용노동부가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산업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은행 노조를 비롯해 포스코 노조까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총도 "개별 사업장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대부분 임금피크제는 이번 판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논란 확산에는 선을 그었다.

―대법원 판결로 임금피크제 전체가 무효가 된 것인가.

"아니다.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사례는 정년이 원래 61세였는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다. 정년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부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 유지형 효력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정년 유지형은 다 무효인가.

"대법원에서 밝혔듯 무조건 무효는 아니다. 이전에 건강보험공단은 정년이 2급 이상 직원은 60세, 3급 이하는 58세였다. 그런데 2013년 모든 직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급 이상 직원들이 부당하다며 반발해 소송했지만 법원은 '불합리한 차별로 보기 어렵다'며 공단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2급 이상 직원들 불이익이 있지만, 임금 삭감 기간이 2년에 불과하고 그중 1년은 공로연수 명목으로 일을 안 해도 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럼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어쩌다 불법 판정이 나왔나.

"해당 기관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55세 이상 직원에 대해서만 성과에 따라 월급 93만~283만원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월급은 줄었지만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고, 55세 이상 직원들은 51~54세 직원보다 실적이 더 좋았는데도 월급이 더 적었다. 고령자고용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임금 차별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법원은 합리성이 없어 이 조항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정년을 늘려주는 대신 도입된 정년 연장형은 괜찮은가.

"100%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정년 유지형에 비해 문제가 될 소지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임금을 깎았어도 정년을 늘려줬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이득이 된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심각하게 어겼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교육 기업인 대교가 2009~2010년 정년 2년 연장 대신 44세부터 최대 50%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불법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법원은 당시 명칭만 임금피크제일 뿐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내용으로 설계됐다고 판단했다. 임금 삭감이 사실상 직원을 내보내려는 의도였다고 본 것이다."

―불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뭔가.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임금 삭감의 정도, 업무량을 줄이거나 업무 강도를 낮췄는지, 임금피크제로 얻은 재원을 청년 채용 등에 썼는지 등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 이 기준에 따라 불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어느 정도 임금 삭감이 불법에 해당하나.

"현재로서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여기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법원 판례가 쌓여야 할 것으로 본다."

―정년 연장법이 통과된 2013년 이전 도입했으면 상황이 다른가.

"다르지 않다. 결국 중요한 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타당하냐,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법에 의한 의무였든 아니든 정년을 늘려주는 반대급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적어진다." 기고자 :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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