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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48국과 유럽연합(EU)이 2일(현지 시각) 제네바 군축회의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된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의장국을 맡는다. 1979년 설립된 제네바 군축회의는 핵무기 등 전 세계 대량살상무기 감축을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기구로 순회의장국은 65개 회원국이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한달여씩 돌아가며 맡는다. 순회의장국이 되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절대 다수 회원국이 비판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2011년에도 순회 의장국을 맡은 적이 있다.

이날 한대성 주(駐)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의 개회 발언이 끝나자마자 첫 발언에 나선 호주 대사가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 48개국과 EU의 공동 성명을 대표로 낭독하며 북한을 성토했다. 성명은 "우리는 북한이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7차 핵실험 준비 움직임 등으로 군축회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무모한 행동을 지속하는 데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한국, 일본 대사 등도 차례로 북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의장국 수임을 축하한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정도였다.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확산 문제에 관한 책임 있는 행위자라고 할 수 없는 북한이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은 것은 회의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데 대해 "안보리가 단합하지 못한 것은 실망 그 이상의 일"이라며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한국·일본 및 유엔을 포함해 동맹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한 자유 진영 국가들의 군축회의 보이콧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 한대성 대사는 이날 "내 조국을 향한 비판에 침묵할 수 없다"면서 "북한과 미국은 아직 전쟁 중이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는 한 우리는 계속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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