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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공쿠르상 작가 르 텔리에 방한

"코로나 사태로 독자들의 선택 폭이 확 줄었다. 이전엔 10만권 중 한 권 선택했다면 지금은 유명 작가 작품 100권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다. 나는 그 덕을 봤지만 미디어가 조명하는 몇몇 책만 관심받는 건 안타깝다."

2일 방한한 공쿠르상 수상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65·프랑스·사진)가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방한한 그는 팬데믹 이후 방한한 첫 해외 작가다. 공쿠르상은 노벨문학상, 영국의 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 르 텔리에는 2020년 수상자다.

수상작 제목 '아노말리(L'Anomalie)'는 '이상(異常)' '변칙'이라는 뜻. 책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통상 11월 초 공쿠르상 수상자가 발표되지만 그해는 한 달 늦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영업 금지령이 내려진 서점과 연대한다는 의미였다. 봉쇄령이 해제된 날, 그가 수상자로 발표됐다. "3년 전 집필을 끝내고 제목을 붙였을 때 출판사에서 반대했다. 고집해 밀어붙였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갑자기 미쳐 돌아가는 세상과 맞닿아 공명하는 멋진 제목이 돼버렸다"며 웃었다.

소설은 복사기로 스캔한 듯 파리·뉴욕 간 여객기가 석 달의 시간 차를 두고 똑같은 사람을 싣고 같은 곳에서 난기류를 겪은 사건을 그린다. 청부 살인 업자, 소설가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8명의 등장인물이 3개월 전의 나와 대면한다는 내용.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에서 110여 만부가 팔렸다. 공쿠르상 수상작 평균 판매량(30만~40만부)을 훌쩍 넘긴 수치다.

그는 "분신을 통한 나 자신과의 대면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소재였다"고 했다. "인생에 갈림길도 있고, 급류를 타는 순간도 있지만 지나면 물리적으로 되돌릴 수가 없다. 사람들이 자기 운명을 바꿀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 대상이 자신이라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가 질문했다."

수학자, 과학 기자, 언어학자, 비평가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르네상스인. 조르주 페렉, 마르셀 뒤샹 등이 참여했던 실험적 문학 창작 집단 '울리포' 회원이기도 하다.

방한은 처음. "봉쇄 기간 때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영상물을 봤는데 정말 수준이 높았다. 특히 좀비를 통해 인간 군상을 보여준 '부산행'은 수작"이라고 평했다. 기고자 :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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