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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다. 그래서 흉터를 남겼다.

반구형 등껍질을 자랑하는 쟁기거북은 한 마리에 6000만원에 거래된다. 황금빛 등껍질을 수집하는 사람, 새끼 쟁기거북이 귀엽다며 애완동물로 키우겠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밀렵꾼은 멸종 위기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쟁기거북을 잡아들였다.

쟁기거북 보전 운동 단체는 아이러니한 선택을 했다. 등껍질을 일부러 훼손하기로 한 것이다. 등껍질에 드릴로 일련번호를 새기자 암시장에서 쟁기거북 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일련번호는 동시에 불법적 거래가 이뤄질 때 추적하게 해주는 단서가 되었다. 등껍질에 글씨를 새길 때 거북이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은 환경 운동가의 마음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해줬을 것이다.

영국 왕립사진협회 명예 회원인 사진가 팀 플래처는 이런 아이러니가 담긴 쟁기거북<사진>을 촬영해 최근 낸 책 '사라져 가는 존재들'(소우주)에 담았다. "때로는 보전을 위해서 격리가 아닌 창조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1984년 멸종했다고 알려졌다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북쪽에서 발견된 쟁기거북은 야생에 400마리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하는 현실은 그러나 또 다른 아이러니다. 미국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48)는 미성년자 시절 성폭행을 당한 뒤 폭식을 거듭했다. 폭력을 피하기 위해 살과 지방을 요새로 삼았다. 쟁기거북은 스스로 덜 매력적으로 되는 법을 모른다. 그런 거북에게는 등에 글자를 새겨줄 인간의 드릴이 필요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바뀌어야 하는 세상이 돌아보는 아이러니. 기고자 :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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