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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만 빼고 치안정감 모두 교체… 경찰 술렁

경찰청이 2일 이영상 경북경찰청장을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 5명을 뽑은 지 9일 만에 추가 승진자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날 경찰 안팎에선 "새 정부가 현재 경찰 수뇌부를 불신한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날 인사로 사실상 경찰 수뇌부가 전원 교체됐기 때문이다.

경찰 1인자인 김창룡 경찰청장은 다음 달 임기가 끝나 경찰을 떠난다. 경찰 조직법상 후임 청장은 치안총감(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중 1명을 뽑도록 돼 있다. 경찰청 차장, 서울청장, 경기남부청장, 부산청장, 인천청장, 경찰대학장, 국가수사본부장 등 7개 핵심 보직을 맡는 경찰 수뇌부가 그들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정하면서, 기존 치안정감 6명은 경찰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7명 가운데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법으로 내년 초까지 별도 임기가 보장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가 인사권이 미치는 최대 한도로 경찰 수뇌부를 바꿔버리는 조치를 한 셈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기존 치안정감 중 1명이 청장이 되고, 승진자들이 빈자리를 채울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 인사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반응이 다수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9일 만에 정부가 추가 승진자를 발표하면서까지 청장 후보군을 관리하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황"이라며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승진한 6명 가운데 경찰청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승진 내정만 발표된 상황이라, 이들이 어떤 보직을 맡을지 정하는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단행될 전망이다. 다만 경찰청 차장에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이, 서울청장에 김광호 울산청장, 부산청장에 우철문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이 각각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선 새 정부의 이번 인사가 경찰 수뇌부 다잡기 성격이 강하다는 반응이 많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신임 경찰청장 임명 직전에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인사를 대규모로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순서가 반대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기존 후보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니 일단 후보군을 싹 바꾼 것"이라며 "지난달 말 5명 인사 발표 때는 교체되지 않고 남는 사람이 청장으로 갈 것이란 얘기가 많았지만 이날 인사로 '현 경찰 불신'이란 정부 메시지가 확실해졌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을 무시하는 인사'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 수뇌부의 경찰대 득세를 견제하겠다는 기조가 드러나고 있어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13만명에 달하는 전국 경찰관 중 고위직으로 분류되는 경무관 이상 경찰은 단 129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경찰대 출신이다. 현재도 치안정감 7명 중 5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발표된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 6명 중 경찰대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간부 후보생 2명, 행정고시 1명, 순경 1명이다. 예컨대 이날 승진 내정된 이영상 청장도 경북 예천 출신으로, 1992년 간부 후보생 40기로 경찰에 들어온 인물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 성동경찰서장과 경찰청 형사국장 등을 지냈다.

경찰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란 반응도 있다. 현 경찰청장이 경찰대 4기이지만, 경찰대 출신인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 2명 모두 경찰대 7기다. 이 때문에 경찰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경찰대 5~7기는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메시지"라는 반응이 있다. 반면 젊은 경찰대 출신 간부들은 "승진 적체가 해소됐다"며 반기고 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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