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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패션업계 VIP 서비스 경쟁

'전년도 구매 금액 2000만원 이상 MVG(Most Valuable Guest) 등급 고객.' 롯데백화점이 정기 휴무일인 지난달 23일 소공동 본점과 동탄점, 부산점에서 VIP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 쇼핑' 행사를 열며 내건 입장 조건이다. 지점당 2000명 수준으로 알려진 MVG 등급 이상 고객들이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특별히 문을 연 것이다. 행사가 열린 세 곳 주차장엔 외제차와 고급차가 줄을 이었다. 명품 브랜드들은 VIP 손님들을 위해 평소 구하기 힘들다는 인기 상품들을 내놓았다.

유통·패션 업체들의 VIP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매출 기여도가 높은 '큰손' 고객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해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것이다. 테크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돈을 번 젊은 층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MZ세대 특화 VIP 등급을 만드는 업체도 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고가 의류를 판매하는 패션 업체 중에서도 VIP 전문 서비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성도 높은 VIP 위한 서비스 내놓는 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도 휴점일이었던 지난달 16일 명품관에서 VIP를 위한 프라이빗 쇼핑을 진행했다. 대상은 연 구매 금액 6000만원 이상 고객들이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VIP 상위 3개 등급 고객과 각 명품 브랜드 등이 선정한 특별 고객 등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이날 쇼핑을 위해 매장 인테리어를 새로 고치고, 고급 보석·시계류에서는 국내에 한번도 소개된 적 없었던 단독 제품을 선보였다.

프라이빗 쇼핑 외에도 VIP 고객들은 평소 쇼핑 때도 '차별화'된 대우를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줄 서기 면제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 기간 명품 구매를 위한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자 작년 5월부터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한 다이아몬드 등급과 상위 999명 트리니티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루이비통, 까르띠에, 몽클레르, 구찌 등 20여 브랜드 매장의 줄 서기를 면제해주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VIP 고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방문하고 싶은 명품 매장을 예약하면 현장 대기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백화점 간 VIP 붙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들은 전략적으로 VIP 고객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30 전용 VIP 멤버십인 '클럽 YP'를 만들어 젊은 부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구매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거나 기부 우수자, 봉사 활동 우수자 등이 가입 대상이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MZ세대 VIP 전용 라운지를 만들고 발레파킹, 명품 구매 시 6개월 무이자 서비스 등 맞춤형 혜택도 제공된다.

롯데백화점의 프라이빗 쇼핑도 작년까지만 해도 연간 구매 금액 1억원 이상인 VIP들만 참여할 수 있던 행사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처음 여는 행사라 더 많은 고객이 VIP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패션 업체도 뛰어드는 VIP 서비스

패션 업체들도 VIP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은 올해 3월부터 연간 구매 금액 기준 상위 1000명인 '더 퍼스트' 등급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의류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 집을 방문해 부피가 큰 겨울 옷이나 보관이 까다로운 모피, 가죽 같은 제품을 수거, 경기 파주의 전문 의류 보관 시설에서 따로 보관해주는 것이다.

한섬은 2019년 VIP 서비스 전담팀을 만들고 상위 1000명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최초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로 시작한 VIP 서비스는 수선 서비스, 의류 보관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특화 서비스에 덕분에 한섬의 전체 매출에서 VIP 고객의 비율은 2019년 28%에서 2020년 33%, 지난해 3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 백화점·패션 업체의 VIP 서비스 기고자 :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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