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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달러 딜링룸, 하나은행 고규연 팀장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오전 9시 45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2층 외환 딜링 룸에 "긴급 뉴스,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하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08년 3월 이후 첫 2개월 연속 인상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확정되자마자 딜링 룸 곳곳에서 큰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10개 솔드(sold)! 4.3!" "4.3, 10개 추가!" "던(done)!" '10개 솔드(1개=100만달러)'란 1000만달러를 사겠다는 주문이 들어왔다는 뜻이고, '4.3'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끝자리를 나타낸다. 이날 기준으로 1264.3원이었다.

'던'은 거래를 성사시키라는 최종 확인이다. '10개 솔드'를 두 번 했으니 약 2초 사이에 외침 몇 번만으로 2000만달러(약 250억원) 거래가 완료된 셈이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오가는 시장이지만 손가락을 놀리는 시간조차 아깝다며 딜링 룸은 여전히 육성 주문 방식을 쓰고 있다.

하나은행 딜링룸은 요즘 한국 금융시장에서 가장 긴박하게 돌아가는 장소다. 원과 달러를 거래하는 외환시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하나은행은 한국에서 원·달러를 가장 많이 거래한다. 세계 최대 규모 원·달러 거래가 이 딜링 룸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전 세계 최대 원·달러 주무르는 '큰손'

이 딜링 룸에서 주포(메인 트레이더) 역할을 맡은 고규연 유닛리더(팀장)는 원·달러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큰손'이다. 고 팀장은 2004년 외환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남자들의 영역'이었다. 고 팀장은 시중은행에서는 첫 여성 주포였다. 그는 "18년 사이 하나은행의 여성 딜러가 약 30%로 늘어날 만큼 환경이 바뀌었다"고 했다.

최근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락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외환 딜러들은 초긴장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날 환율은 2.4원 오른 채 마감했지만 다음 날은 하락 폭이 커져 10.8원 떨어졌다. 지난 30일엔 하루 새 17.6원이 떨어지기도 했다. 외환시장이 끝나는 오후 3시 30분이 되자 딜러들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환율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장중에는 화장실을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과거 위기 때보다 우리 경제의 맷집 강해졌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굵직한 위기 때마다 1300원을 넘었다. 외환 위기 때는 2000원을 찍었고,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1600원까지 올랐다.

올해에는 코로나 팬데믹, 중국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등 굵직한 사건들로 하루에 환율이 10원 이상 오르내리는 일이 잦았지만 아직 1300원을 넘지는 않았다. 고 팀장은 "최근 환율 변동 폭이 커지긴 했지만 과거 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느낀다"며 "그동안 우리 경제의 맷집(위기 대응력)이 강해졌다"고 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외국인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환율도 하루 수십원씩 움직이는 공황 장세였습니다. 2013년 유럽 재정 위기 때도 환율이 1300원에 육박했고, 실제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갔죠. 하지만 지금은 원·달러 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유동성 문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환율이 올랐어도 자본 유출이 우려스럽다거나 투기 목적으로 쏠림 현상을 유도하는 주문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으니까요."

지난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내린 1237.2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7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환율이 1200원대 초중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이 최근 매파(통화 긴축)적 성향을 보이고 있고 무역수지 적자에도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원화 약세를 제거하는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환율이 121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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