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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겸 공생 관계 확립

27회째를 맞은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은 중국 4, 한국 3, 일본 1명을 8강으로 추려내고 1차 라운드를 마쳤다. 작년 26회 대회 때의 한국 4, 중국 3명이 서로 뒤바뀐 성적표다. 범위를 넓혀 최근 2년간 벌어진 8개 메이저급 국제대회 8강의 국가별 점유 횟수를 합산해 봤다. 총 64회 중 중국이 34회, 한국이 26회로 두 나라 과점(寡占) 비율이 93.8%에 달했다. 나머지 4회를 일본과 대만이 채웠다.

8강 점유 비율은 중국이 앞서지만 우승 횟수는 한국이 우세하다. 8개 대회 중 결승까지 끝낸 대회는 5개인데 우승자 분포는 한국 4, 중국 1이다. 저변은 중국이 두껍고 최정상 싸움에선 한국이 우월하다는 얘기다.

한국이 질(質), 중국이 양(量)에서 앞선다는 것은 역대 통산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 1988년 제1회 후지쓰배 이후 총 15명이 65개의 타이틀을 따냈다. 이창호(21회), 이세돌(14회) 등 걸출한 '소수 정예' 덕분이었다. 21명이 45회 정상에 오른 중국 최다관왕이 8회(구리·커제)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양국 성적이 백중하다 보니 경쟁 심리도 강하다. 중국은 요즘 대세로 떠오른 신진서 '저격수'를 찾느라 혈안이고, 한국 대표팀 감독은 "중국에만은 절대 질 수 없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양국은 서로 상대방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함께 세계 시장의 90%를 점하는 한·중 간 균형이 무너질 경우 시장 전체가 무너질지 모른다. 세계 바둑이 앞으로도 양국의 '경쟁과 공생(共生)'이란 특수 관계 아래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LG배 전속 해설위원인 최규병 9단은 "바둑이 구미(歐美)로 확산하지 못하고 양강 체제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각종 게임과 첨단 오락물 출현으로 미래 또한 밝지 않다는 것. 8강 세팅을 마친 제27회 LG배는 오는 11월 8강전에 돌입, 피 나는 경쟁을 이어간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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