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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친코' 감독 코고나다
SF 영화 '애프터 양' 국내 개봉

이 남자, 예명(藝名) 외에는 대부분 베일에 가린 미스터리다. 최근 윤여정·이민호 주연의 드라마 '파친코'의 공동 연출을 맡은 한국계 미국 감독 코고나다(Kogonada) 이야기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 가족의 2세라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본명과 나이, 가족 관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그 흔한 이력 사항마저 올리지 않은 채,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만 달랑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얼굴 사진도 정면보다는 측면을 선호한다.

코고나다 감독이 1일 SF 영화 '애프터 양'의 국내 개봉에 맞춰서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익명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이나 사생활을 보호하고 저만의 예술적 공간을 확보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고나다라는 예명은 자신의 영화학 박사 논문 주제였던 일본 거장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노다 고고(野田高梧)의 이름에서 땄다. 그는 "유럽이나 세계 영화를 고루 좋아했지만 존재론적 고민 때문에 힘들었던 시절, 오즈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충격을 느꼈다. 삶의 경험이나 존재 방식뿐 아니라 아시아인의 정체성 같은 주제에도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가 재일(在日) 한국인들의 고단한 삶을 다룬 '파친코'의 연출을 맡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코고나다는 "한국인들이 고난과 맞서 싸우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세상에 충분히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봉준호·박찬욱·홍상수 감독의 팬이며 '나의 아저씨' 같은 한국 드라마도 즐겨 본다. 그는 "흥미를 자아내려는 의도가 강한 미국 드라마와 달리, 한국 드라마는 소소한 일상을 잘 포착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몰입시키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코고나다는 아버지가 미국 이민 전에 일본에서 고된 시절을 보냈으며 지금은 자기도 아들이 있음을 귀띔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이었던 '애프터 양' 역시 가족 이야기를 다룬 SF 영화다. 주인공 부부가 입양한 중국계 딸을 위해 선물하는 인간형 로봇 이름이 영화 제목의 '양(Yang)'이다. 이 로봇 역시 중국계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미국처럼 타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은 가끔씩 타인의 시선에 맞춰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겨 넣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AI(인공지능) 로봇이 아시아인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정체성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친코'에 이어서 이번 영화에서도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남편은 백인(콜린 패럴), 아내는 흑인(조디 터너 스미스), 입양한 딸은 중국계라는 복합적 가족 설정부터 그렇다. 가족 구성을 나무를 접붙이는 접목에 비유한 대사도 무척 은유적이다. 영화는 과감하게 대사를 줄이는 대신 시적(詩的) 정취를 더해서 영상 에세이처럼 연출했다. 그는 "가족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소우주(microcosm)이면서 동시에 어린 시절 정신적 상처(트라우마)를 주기도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가족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며 평생 탐구할 만한 주제"라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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