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카카오 '메타버스 근무' 재검토 등
노사, 원격근무 놓고 잇단 갈등

IT 기업 카카오가 지난 30일 오는 7월부터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새로운 원격 근무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직원들이 반발하자 하루 만에 '재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카카오는 코로나 유행 기간 재택근무를 대거 적용했다가 코로나가 한풀 꺾이는 조짐을 보이자 기존 재택근무 방식에 손을 댔는데 저항이 거셌던 것이다.

카카오뿐 아니다. 기업들이 코로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하나둘 코로나 이전, 즉 사무실 출근을 강조하는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 4월부터 전면 출근에 들어갔고, LG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도 재택근무 비율을 일제히 낮췄다. 지난달 잡코리아가 재택근무를 운용하는 중소기업 395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6.8%가 "다시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재택근무라는 '뉴노멀(New Normal)'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가 내놓은 '메타버스 근무제'는 기존 재택근무에 통제 요소로 볼 수 있는 부분이 가미됐다. 근무시간 내내 스피커를 켜고 있거나, 그럴 상황이 안 되면 일반 이어폰과 달리 외부 소리와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골전도 이어폰'을 끼라고 요구했다. 연말까지 일주일에 한 번은 출근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이에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자율적으로 잘했는데, 회사가 감시하겠다는 거냐" "겉만 그럴듯한 재택근무"라는 비판에 이어, "이럴 바엔 이직하겠다" "노조에 가입하자"라는 반응까지 이르자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실랑이가 벌어진다. 애플이 올 들어 사무실 출근 일수를 늘리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AI(인공지능) 분야 핵심 연구 인력이 이를 비판하며 사표를 내 현지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를 하고 싶다면 사무실에서 최소 주 40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겠다면 나가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가 "시대착오적"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재택근무보다 전통적 출근 방식이 생산성이 높다고 보고,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이런 갈등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절충안을 통해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곳도 있다. 네이버는 7월부터 '주 3일 이상 출근'과 '주 5일 재택근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게임 업체인 크래프톤도 재택과 출근을 병행할 수 있게 했다.

재택근무를 둘러싼 대립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재택근무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2020년 한 차례 냈던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가이드라인)을 다듬어 조만간 새롭게 발간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기고자 : 곽래건 기자
본문자수 : 1354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