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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 휩쓴 여당

국민의힘은 4년 전 광역단체장 17곳 중 2곳만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완승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데 이어, 석 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민주당 일색이었던 수도권이 대선을 거치면서 여당 우세 지역으로 바뀌고 접전지였던 충청과 강원까지 흔들리면서 승패가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오전 2시 30분 현재 17곳의 시·도지사 선거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서울, 경기, 인천 등 13곳에서 민주당에 이기거나 앞섰다. 4년 전 17곳 중 14곳을 차지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는 텃밭인 광주·전남·전북 호남 3곳과 제주 등 4곳에서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당초 승리하거나 접전으로 예상했던 충남, 세종, 강원 등에서도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경기, 대전 등은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가고 있지만, 민주당 후보와 5%포인트 안에서 접전 중이다.

특히 3월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던 경기와 인천이 이번엔 국민의힘에 지지를 몰아주면서 수도권 전체가 여당색이 강해졌다. 대선 때 경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45.62%, 이재명 후보는 50.94%를 얻었지만, 이런 지지세가 불과 석 달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인천에서도 윤 대통령은 47.05%, 이 후보는 48.91%였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앞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현역 시·도지사를 쥐고 있던 대전·충남·세종에서도 승기를 잡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수도권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고, 이번 선거를 통해 남아있던 경기, 인천까지 다 넘어간 것"이라며 "충청 역시 일꾼론을 내세웠지만 당의 열세를 뛰어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에 이어 이번 선거 직전 민주당에서 터진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사건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경기, 인천 등 14곳,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 2곳, 무소속이 제주 1곳을 차지하며 정반대 상황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만에 치른 선거라 문풍(文風)이 거센 데다, 탄핵에 따른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 투표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실제 보수 텃밭이었던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국민의힘은 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굳건할 것 같았던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태, 부동산 실정 등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하면서 국민의힘이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올해 대선, 지방선거까지 최근 세 차례 전국 선거에서 연달아 이긴 것"이라며 "민심의 변화가 무섭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투 톱'인 박지현,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86 용퇴론 등 쇄신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도 이번 선거 패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대선 패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지역 연고도 없는 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전체 판세를 뒤흔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자신의 선거용으로 내세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야당 내에서도 비판받으며 부정적 효과를 미쳤고, 이 후보의 극렬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들이 주도한 민심과 동떨어진 '팬덤 정치'도 문제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해영 민주당 전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후보가 각각 서울시장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은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고 명분이 부족했다"며 이번 선거 참패 요인으로 꼽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2년 만에 복귀했는데 이 후보는 한두 달 만에 전면에 나선 것"이라며 "야당의 오만함으로 비쳤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호남에서도 과거 선거에 비해 선전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엔 광주, 전남, 전북에서 모두 1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5% 안팎이었다. 기고자 :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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