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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 20주년 그때 그사람들 지금 뭘하나

2002년 6월 4일, 대한민국의 2002 월드컵 첫 경기 상대였던 폴란드를 2대0으로 꺾으며 대이변의 시작을 알렸다. 그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월드컵 멤버들은 하나로 뭉쳐 '4강 신화'를 썼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2002년의 영광을 간직한 채 각계에서 활약 중이다.

대부분 경험을 살려 프로나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후배들을 길러내고 있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53)는 K리그1(1부) 울산 현대를 2년째 이끌고 있다. 올 시즌 2위인 제주와 승점 10점 차이로 압도적인 단독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노란 머리카락과 함께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내던 김남일(45)은 2019년부터 성남FC를 이끌고 있고, 최용수(49)도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강원FC의 사령탑에 올랐다. K리그2 경남FC의 설기현(43)은 '설사커'라고 불리는 독특한 전술로 팀을 지휘 중이고,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맏형' 황선홍(54)은 한국 U-23(23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사령탑은 아니지만, 코치로서 선수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이들도 있다. 대회 내내 안정적으로 팀의 골문을 지킨 골키퍼 이운재(49)는 전북 현대의 골키퍼 코치로 일한다. 최태욱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유일한 한국인 코치다. 선수와 외국 감독, 코치 사이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감독이 아닌 행정가의 길을 걷기도 한다. 2002 월드컵을 마치고 유럽으로 진출해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41)은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로 일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의 것들을 바꿔나가고 싶다"고 행정가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화려한 드리블로 측면 돌파에 능했던 이영표(45)는 2020년 강원FC 대표이사로 부임하며 K리그 역대 최연소 대표 타이틀을 얻었다. 김병지(52)는 지난해부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아 협회가 진행하는 굵직한 프로젝트에 앞장서고 있다.

당시에도 끼가 넘치던 선수들은 방송계로 진출했다. 화려한 외모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안정환(46)은 은퇴 후 숨겨뒀던 입담으로 '용감한 형사들' '뭉쳐야 찬다' 등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 대중 앞에 나선다. 선수 시절 도발적인 인터뷰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이천수(41)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구독자 20만명을 넘긴 본인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운영 중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안타까운 선수도 있다. 유상철은 48세였던 2019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지내던 중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지난해 6월 세상을 떴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그가 떠나던 날, 2002 월드컵 멤버들은 밤을 새우며 빈소를 지켰다.

[그래픽] 2002 월드컵 주요 선수들 지금은 뭐할까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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