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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 20주년 맞아 訪韓한 히딩크 前감독 인터뷰

"손흥민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에 올랐어요.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놀라웠죠. 빠르면서도 영리하게 플레이를 하는 데다 인성도 훌륭하고요."

거스 히딩크(76)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은 31일 본지와 TV조선이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손흥민(30·토트넘)과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 중 누굴 자신의 팀으로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손흥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네이마르도 세계적인 선수이지만 올 시즌 손흥민보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종종 그라운드에서 많이 뒹구는 등 과잉 행동을 한다"고 했다. 네이마르는 지난 26일 입국해 오는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의 평가전(TV조선 생중계)을 준비 중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5월 31일 개막한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끌었다. 20년 전 그의 선택지에 손흥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히딩크 감독은 "손흥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부터 측면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등 6~7개 포지션을 잘 소화할 수 있다"며 "팀 공격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위치에 그를 배치했을 것"이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월드컵 때도 여러 위치에서 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좋아했다.

그래도 히딩크가 꼽은 역대 최고 한국 축구 선수는 차범근(69) 전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는 차 전 감독과 손흥민, 박지성(41)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 중 최고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고 "모두 존경하는 선수"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차 전 감독을 택했다. 그는 "박지성은 2002월드컵 대표팀뿐만 아니라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도 지도하며 함께 지낸 적이 있어 선택하기 힘들다"면서도 "차 전 감독은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스타였다. 유럽 무대에서 성공한 첫 한국 선수"라며 그를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첼시(잉글랜드) 등 세계 유명 클럽을 비롯해 조국 네덜란드, 호주,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이 한국 대표팀이라고 했다. "2002월드컵 당시 한국의 4강 진출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적이었죠. 당시 한국 대표팀은 항상 내 머릿속에 있을 만큼 특별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2002년 전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도 내게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묻는 사람이 많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월드컵 당시 코치, 선수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9일 한일 월드컵 개최 20주년을 기념해 4강 주역들과 오랜만에 만나 만찬을 가졌다.

"작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모두 그리워했죠. 그는 우리 팀에서 가장 인격이 훌륭했던 선수였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유 전 감독 얘기를 할 때 잠깐 호흡을 쉬었다. 유 전 감독은 20년 전 히딩크호에서 중원과 수비를 오가며 궂은 일을 했고, 폴란드와의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쐐기골을 넣으면서 월드컵 본선 첫 승(2대0)의 주인공이 됐다. 히딩크 감독은 20년 전 코치로 자신을 보좌했던 박항서(65) 베트남 대표팀 감독에 대해서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칭찬했다.

히딩크 감독에게 오는 11월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에서의 한국 대표팀 예상 성적도 물었다. 그는 "20년 전엔 월드컵을 앞두고 오랜 기간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팀을 만들었지만 지금 한국 선수들 다수가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고 월드컵에 앞서 집중적으로 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면서 "예상 성적을 말하기가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저는 한국이 4강을 넘어 결승까지 갔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축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죠." 기고자 : 정병선 기자 송원형 기자
본문자수 :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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