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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구치소, 재소자 384명 대구교도소로 이송 작전

31일 오후 2시 45분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용지리 밀양구치소에서 '대구지방교정청'이라 적힌 호송 버스가 줄줄이 나왔다. 버스 14대, 구급차 1대에 재소자 384명이 나눠 타고 있었다. 이날 구치소 인근인 밀양 부북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재소자들을 대구교도소로 이송하는 차량들이었다.

경찰은 이날 순찰차를 동원해 대구 달성군 하빈면의 대구교도소로 가는 호송 버스를 에스코트했다. 경찰차를 따르며 줄지어 가는 호송 버스의 모습에 일부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기도 했다. 호송 버스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대구교도소에 도착했다. 대구교도소는 2020년 10월 완공된 신축 건물이다.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현 대구교도소를 대체하기 위해 지어졌다. 하지만 기존의 대구교도소가 아직 이전하지 않아 비어 있는 상태다.

이번 밀양구치소 재소자 이송 작전은 이날 구치소 인근 부북면 춘화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때문에 실시됐다. 밀양구치소는 화재가 시작된 곳에서 2~3㎞ 떨어져 있는데, 건조한 날씨와 바람 때문에 확산한 불길이 구치소 600~700m 앞까지 번졌다.

밀양구치소 관계자는 "질병 등으로 입원 수용 중인 재소자 7명을 제외한 재소자 전원과 최소 시설 관리 인원 등 일부를 제외한 구치소 직원 모두 대구교도소로 이동했다"며 "재소자를 다시 옮겨오는 것은 향후 산불 진화 상황 등을 보고 안전이 확보되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소자들을 대거 이송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재소자들을 타 지역 교도소 등으로 이송해 분산 수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25분쯤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산 41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순간 최대 초속 11m에 달하는 강한 바람 탓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 나무를 태우며 발생한 자욱한 연기 탓에 헬기 진화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인근 한 주민은 "바람에 불씨가 날리면서 불길이 잡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게 반복됐다"며 "4~5㎞ 떨어진 도심까지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바람 때문에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고 했다.

인명·재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이 확산하면서 인근 마을 주민과 병원 환자들이 긴급 대피했다. 부북면 화산마을 100가구 476명의 주민들은 오전부터 마을회관과 교회 등으로 대피했다. 또 교동 주민 59명도 동사무소와 체육관 등으로 피신했다. 부북면에 있는 희윤요양병원의 환자 약 150명도 인근 병원과 학교 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산림청은 이날 '산불 3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44대와 산불진화대원 등 인력 1600여명을 동원해 야간까지 진화 작업을 계속했다. 산불 3단계는 피해 추정 면적이 100~3000㏊ 미만에, 초속 11m 이상 강풍이 불고, 진화 시간이 24~48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산림청은 이날 산불 피해 면적을 251㏊로 추정했다. 축구장 350여 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인근 부산과 대구, 울산, 경북 등 4개 광역시·도에서 가용 가능한 소방 인력과 자원을 진화 작업에 투입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야간 진화 작업을 계속해서 늦어도 1일 오전까지는 진화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밀양=김준호 기자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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