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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님, 어찌하오리까… 난중일기에서 영업 다 배웠다

상고를 졸업하고 열아홉 살에 은행에 취업했다. 20년간 몸담은 은행을 떠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로 옮긴 뒤 9년을 계약직으로 일하고 정규직이 됐다. 하루하루 묵묵히 맡은 일을 했다. 어느새 인사부장이 되고 이사, 부사장으로 한 단계씩 올라섰다. 올해는 캠코 창사 이래 첫 내부 출신 사장이 됐다. 고졸 학력에, 외부에서 왔고, 계약직이었다는 세 가지 장벽을 넘어선 내 비결은 10대 시절부터 닳도록 읽은 충무공의 '난중일기'에 담겨 있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임진왜란 관련 역사책을 읽으시던 걸 보고 이순신 장군에 호기심이 생겼다. 중학생 때 처음 접한 난중일기에는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때부터 이순신 장군의 100만분의 1이라도 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난중일기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셈을 할 수 없을 정도다. 화장실에 두고 읽기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난중일기에 담겨 있는 조직 운영 노하우가 눈에 들어왔다. 이순신 장군은 언제나 앞장서는 리더십을 실천했다. 리더가 죽을 각오로 선두에서 싸우니까 이길 수 있었다. 나는 캠코에서 오랫동안 영업맨이었다. 부실채권을 인수하면서 발로 뛰어다녔다.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지 않고 맨 앞에서 현장을 누볐다.

이순신 장군은 신상필벌을 중시했다. 탈영병을 참수한 뒤 효수까지 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공을 나누는 데는 마음이 넓었다. 승전고를 울리면 조정에 장계를 올릴 때 누가 왜군 몇 명을 죽였는지를 자세하게 기록한다. 공과를 정확하게 따져 상을 나눠줬다. 리더가 말로만 "잘해줄게"라고 한다고 해서 부하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이순신 장군은 왜구들 머리를 베면 명나라군에 "너희 공으로 하라"며 넘겨주기도 했다. 명나라 병사들에게 술도 자주 사줬다. 인심이 넉넉했다. 요즘 개념으로 '영업의 귀재'였던 셈이다. 이순신 장군처럼 나는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는 않았는지, 다른 사람의 공을 가져오지는 않았는지를 늘 돌이켜봤다. 계약직으로 일할 때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부실채권 인수는 편한 업무가 아니었다. 어려운 순간마다 난중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지혜를 구했다. 명문대 출신이 즐비한 금융권에서 소위 '스펙'이 좋지 않은 편인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이 하나둘 늘었다. 이순신 장군이 부하들을 아낀 것처럼 남은 재임 기간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기고자 : 권남주 캠코 사장 정리=손진석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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