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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수혈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발행일 : 2022.05.31 / 특집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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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동물 피 넣었다가 사망 잇따라… 세계대전 계기로 헌혈 확산했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부족했던 혈액 보유량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해요. 수혈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수혈의 개념이 처음 생긴 건 17세기입니다. 1628년 영국의 의사였던 윌리엄 하비는 자신의 책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순환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에서 "혈액이 신체를 순환한다"며 이 내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어요. 피가 새로 만들어지는 양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극히 적다는 거예요. 이는 피를 한꺼번에 많이 흘리게 되면 그 피를 보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어요.

    이런 혈액순환론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는데요. 당시까지만 해도 '간에서 피가 계속 만들어지고, 그 피는 정맥 말단에서 소멸한다'는 고대 로마 시대의 의사이자 해부학자인 갈레노스의 학설이 우세했어요. 이 때문에 환자에게 수혈하기는커녕, 환자의 부패한 피를 뽑아서 병을 치료한다는 '사혈법(瀉血法)'을 시행했습니다. 뽑은 피만큼 피가 곧 생성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최초의 수혈은 프랑스의 의사였던 장 데니스에 의해 이루어졌어요. 1667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으로 고통받는 아이에게 양(羊)의 피를 수혈한 것인데요. 양의 경동맥과 소년의 정맥을 연결해서 수혈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인간에게 동물의 피를 수혈하는 당시 방식은 부작용이 어마어마했고, 거의 모든 환자가 치료되기는커녕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한때 수혈 금지법을 제정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1818년 금지됐던 수혈이 영국에서 다시 부활합니다. 영국의 의사 제임스 블런델이 피가 부족한 환자에게 수혈했는데요. 인간의 피를 수혈한 최초의 사례로 인정받고 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혈액형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 역시 부작용이 컸습니다. 이 부작용은 1901년과 1902년 혈액형의 발견으로 줄어듭니다. 그런데도 20세기 초반까지도 수혈은 널리 시행되지 않았다고 해요. 기존에 발생한 수혈의 부작용으로 인해 사람들이 꺼렸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혈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많은 병사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자 이들을 살리기 위해 수혈이 절실해졌고 전 세계적으로 헌혈 운동이 확산됐어요.
    기고자 :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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