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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칸까지… 송강호는 그 자체가 '장르'다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2.05.31 / 문화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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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모르는 송강호 숨은 얼굴 6

    "(송)강호는 처음부터 남달랐어요. 감정 표현도 전형적으로 하지 않고 기발했지요. 연기에 대해 밤새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성공한 뒤에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파고들었기에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현실과 타협하거나 세월에 깎이지 않는 그 열정. 너무 멋있고 훌륭한 후배예요."

    30년 전 대학로에서 함께 활동한 배우 김미경이 '칸의 남자'가 된 송강호(55)의 올챙이 시절을 회고했다. 송강호는 부산에서 상경해 1991년 연우무대에 입단했다. 문성근 강신일 유오성 류태호 김윤석 등을 배출한 극단이다. 연출가 김석만은 "포스터 붙이기, 신문사에 보도자료 돌리기, 극장 청소 등 허드렛일을 시켰는데 집중력이 좋아 그때부터 눈에 띄었다"며 "송강호의 연기를 보면 대사와 대사 사이에 생각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말하지 않아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배우"라고 했다. 대학로에서 칸까지, 송강호의 숨겨진 얼굴 6가지를 클로즈업한다.

    ①진짜 깡패를 섭외했나?

    그를 빼놓고 한국 영화의 지난 25년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송강호는 1997년 영화 '초록물고기'와 '넘버3'에서 깡패 연기로 주목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넘버3'에서 송강호를 처음 만난 충격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대단한 사람이 나타난 것 같긴 한데 좀 의심도 했다. 일회성이거나 어쩌면 저것밖에 못 하는 배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칙왕'(2000)을 보고야 확신이 생겼다. 송강호는 장르 영화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외연을 한국 영화 전체로 확장한 배우다."

    ②페이소스를 가진 표정

    '반칙왕' '암살' 등을 함께한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는 의심이 많은 배우라 작품 들어갈 때마다 왜 자신을 캐스팅했는지 집요하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자기 캐릭터를 파악하려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김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에 등장한 송강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봤다. 한 배우의 유머라는 게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질 수 있구나. 그의 얼굴에서 페이소스를 느꼈다."

    ③"오, 좋아! 오케이!"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선배에게 가장 고마운 건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늘 '배우 송강호' 그 자체라는 점"이라고 했다. 현실에서 그 어떤 일이 닥쳐도 배우 송강호에게는 눈곱만큼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문제는 촬영장에서 버릇처럼 "아, 좋아, 오케이!"를 외친다는 사실이다. 여러 감독이 다 경험한 일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가 그렇게 하면 왠지 기분을 짓밟는 것 같아 '한번 더 가자'는 말이 쉽게 안 나오고 용기가 필요해진다"며 웃었다.

    ④"천원 투자해 만원 벌 생각 하세요"

    송강호는 2016년 주연배우 최초로 누적 관객 1억명을 돌파했다. 천만 영화만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 등 4편이다. '우아한 세계'와 '관상'을 함께한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의 명언(?)을 소개했다. 제작비 때문에 제작사와 씨름하는 감독을 거들며 그가 말했다고 한다. "대표님, 백원 투자해서 천원 벌 생각 마시고, 천원 투자해서 만원 벌 생각을 하세요!"

    ⑤송강호도 못하는 게 있다

    바로 리딩.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은 모여서 시나리오를 읽는다. 송강호는 연기를 '감정 잡는 시간'이 필요없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가 리딩은 정말 못한다. 그렇게 못할 수가 없다"고 폭로했다. 박찬욱 감독도 "심지어 나는 리딩 시작하기 전에 '송강호는 원래 못하니까 너희도 굳이 잘할 필요는 없다'고 공지한다"고 했다.

    ⑥연기의 에너지원은?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은 '불안'이라고 했다. 어떤 배우들은 같은 질문에 '콤플렉스'라고 답하기도 한다. 송강호는 "나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뭘 해보고 싶다'는 게 없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이 힘들고 그저 매번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김지운 감독이 "그렇다면 권태 같은 것 아닐까?"라고 묻자 송강호는 "본질을 짚은 것 같다"며 수긍했다. 권태. 칸 남우주연상 뒤에는 이 단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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