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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접경도시 전격 방문 "싸워서 반드시 이길것"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2.05.31 / 국제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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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수도 떠나… 최근 탈환 하르키우서 항전의지 북돋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각)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수도 키이우를 떠나 우크라이나 동북부 국경 인근 도시 하르키우를 전격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는 전쟁 초기 러시아군에 함락됐지만, 두 달여 반격 끝에 최근 탈환한 지역이다.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 공세가 거세지면서 세베로도네츠크 등 요충지가 함락 위기에 몰리자, 국민들의 대러 항전 의지를 북돋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예고 없이 하르키우와 주변 지역을 방문해 러시아군 공격으로 무너진 도시와 각종 기반 시설을 둘러봤다. 이 지역은 개전 이후 건물 2200여 채가 파괴됐고, 주민 대다수가 살 곳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방탄조끼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장병을 만나 훈장을 수여하며 "독립을 지키는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하르키우 방문 소식은 소셜미디어와 국영 TV 채널을 통해 대대적으로 전해졌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가 마지막까지 영토를 지키리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며 "우리는 싸울 것이고,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영 UTV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르키우 지역이 전쟁의 피해를 딛고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특별 지시를 했다"며 "국토 수복과 재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네덜란드 NOS TV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 싸운다'는 것은 마지막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수십만 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영토 전부를 수복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NOS TV는 "(평화 회담을 위한)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침공 이후 자포리자와 헤르손, 미콜라이우 등 이른바 '남부 회랑'을 확보하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 지역 전체에서 철군해야 정전(停戰)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젤렌스키의 이날 발언이 나오자 그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크림반도와 돈바스 일부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나머지 지역에서만 철군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와 수미 등 북동부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했으나, 여전히 곳곳에서 러시아군 포격과 공습에 고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 직후에도 하르키우 도심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돈바스 지역에서는 러시아군 총공세에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가 함락 위기에 몰렸다. 시 당국은 "포격이 너무 심해 사상자 파악조차 어렵다"며 "수도와 전기, 통신이 모두 끊겨 민간인 탈출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 당국은 최소 1500명의 시민이 포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을 인용해 "러시아군 장병들이 지휘관으로부터 '부상한 동료를 대피시키거나, 다른 부대를 돕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ISW는 "러시아군의 사기와 전투 의지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정상회담을 열고,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골자로 한 '6차 대러 제재안' 결의에 나섰다. EU는 이날 러시아산 원유를 헝가리에 공급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타협안'을 내놨다. 친러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국의 높은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약 65%)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친러 성향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집권한 세르비아는 이날 러시아산 가스 수입 계약을 3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라"는 각국 압박에도 친러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러시아에 대항한 유럽의 단합이 (6차 제재안을 놓고) 깨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우크라이나의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우승 트로피를 경매로 판매한 대금 90만달러(약 11억원)를 자국군에 기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기부금을 무인 항공 시스템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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