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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원·김경필이 만난 사람] 노동 경제학 권위자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발행일 : 2022.05.30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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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獨 육아휴직 3년으로 늘렸다가 경력단절 늘어나는 역효과만… 남녀 임금 격차 줄이려면 남성도 여성 편에 서야"

    한국의 남성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여성 근로자는 67만7000원을 번다. 성별 간 임금 격차가 OECD 최고 수준이다. 1992년 이래 30년간 1위다. 여성과 남성 간 학업 성취도의 차이가 없고 여성이 남성보다 대학을 더 많이 가는데 대체 왜 돈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벌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여성의 경력 단절'이다. 한국 여성 고용률은 20대 때 높았다가 출산과 육아가 이뤄지는 30~40대 급격히 떨어지고 50대에 다시 올라가는 'M자'형. 문제는 경력 단절을 겪은 뒤 복직하거나 재취업하면서 이전과 같은 직책이나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이 원래 하던 일보다 적은 임금을 주는 일을 하게 되면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가 이뤄지기 전, 20대에도 남녀 임금 격차가 생기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기엔 남성이 더 힘든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남성이 당직과 출장을 더 많이 담당하거나 근무 강도 높은 고소득 직종에 더 많이 종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남성보다 더 게으르거나 덜 똑똑한 걸까.

    클라우디아 골딘(76)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job)'가 아닌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남성과 임금 격차를 벌린다"면서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여 탐욕스러운 일자리와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높은 노동 강도와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언제나 긴급 호출에 응해야 하는 당직 의사나 의뢰인의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변호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경제사와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골딘 교수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여성 최초 종신 교수로, 매년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학자다. 한국에선 지난해 나온 성별 소득 격차의 원인과 해결책을 담은 '커리어 그리고 가정'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26일 보스턴에 있는 골딘 교수를 줌으로 만났다.

    남녀 임금 격차 주범은 '탐욕스러운 일자리'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무엇인가?

    "기업은 가능한 한 많은 이윤을 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직원이 '온콜(on-call·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늘 유지하면서 기꺼이 불규칙한 일정에 맞춰 일하기를 원한다. 직원이 업무 중은 물론 퇴근 후에도 이런 상태에 있어야 하는 일자리가 바로 탐욕스러운 일자리다. 유연한 일자리는 근무 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휴가를 낼 수 있는 대신 탐욕스러운 일자리보다 임금이 낮다."

    ―남녀 간 임금 격차가 탐욕스러운 일자리로 어떻게 설명이 되나?

    "자녀가 있는 부부가 각자 서로 다른 역할로 분화한다. 남편은 기업이 요구하는 온콜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아내는 남편과 같은 직장에 다니거나 그때까지 비슷한 커리어를 쌓아 왔더라도, '일하다가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집으로 달려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야 가구 소득이 올라간다. 하지만 그 결과로 아내는 커리어에서 손해를 보게 되고, 승진과 임금에서 남편과 아내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세대교체 이뤄지면 격차 완화

    ―20대에는 소득 격차가 크지 않다가 30대 이후부터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출산과 육아 때문인 것을 감안해도, 한국의 성별 소득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그 이유가 뭘까.

    "사회적, 문화적 규범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짧은 시간 동안 경제 성장이 매우 빨랐고, 교육 수준은 그보다 더 빨리 올라갔다. 하지만 사람은 빨리 변하지 않는다. 20세기 안에서도 초반·중반·후반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이 다르다. 1960~70년대 20대였던 사람들은 지금 같은 경제 수준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고 그때의 생각과 경험을 지금도 갖고 있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통과 관습은 장례를 한 번씩 치를 때마다 변하는 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는 것인가?

    "물론이다. 미국의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린 자녀를 가진 여성이 일을 해도 될까?'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 임금을 더 받아야 할까?'와 같이 사회 통념을 알아보기 위해 묻는 질문에 20세기 초·중·후반 사람들의 대답이 다 다르다. 여성의 커리어에 있어서 한 세기 안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나."

    코로나가 바꾼 노동과 돌봄에서 희망을

    ―경력 단절의 해법으로 유급 육아휴직을 꼽는다. 한국도 3개월의 출산 휴가 외에 1년간의 육아휴직이 있다. 그런데도 왜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까?

    "제도 개선은 병이 있는 사람에게 건강한 식단을 주는 것과 같다. 병을 악화시키지 않는 역할을 할 뿐 궁극적인 치료를 하진 못한다. 게다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역효과를 갖고 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이 언제나 여성에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독일의 경우 3년짜리 유급 육아휴직을 시행했다가 다시 1년으로 기간을 줄였다. 첫째, 재정 문제가 생긴 데다가 둘째, 긴 육아휴직을 한 여성이 복직한 뒤 업무에 뒤처져 다시 경력 단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 여성이 한 명 더 들어가고, 진보적인 테크업계 남성 임원이 육아 휴직을 쓰는 등의 해법은 흑사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반창고를 내미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 문제에 대한 치료제는 무엇인가.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유연한 일자리 간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덜 탐욕스럽게 만들고,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여서 두 일자리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또 한 가지 해법은 부모가 육아에 들이는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프랑스, 스웨덴 같은 나라는 GDP 대비 비중으로 볼 때 양질의 돌봄에 미국보다 정부 지출을 서너 배 쓴다. 이 나라에선 한창 일할 시기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이 미국보다 훨씬 높다."

    ―기업들이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바꾸려고 할까?

    "팬데믹으로 생긴 돌봄 공백으로 여성들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지만 우리는 이 안에서 희망(silver lining)도 봤다. 우리가 예전에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일을 팬데믹 때 했다. 투자은행의 경우, 기업 인수·합병을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또 홍콩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장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할 수가 없는 탐욕스러운 일자리였다. 하지만 팬데믹 때 이런 일들을 원격으로 처리하면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정보 기술(IT)의 발전 덕분에 많은 직업이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덜 탐욕스럽게 만드는 것보다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코로나의 영향을 아직 연구해보지 않았지만 노동과 돌봄에 새로운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남성도 집에서 더 많은 책임 맡아야

    ―당신은 책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을 최고의 남성 롤모델로 꼽았다.

    "당신도 보지 않았는가. 그는 세컨드 레이디가 늘 해 왔던 일, 그러니까 미국을 이끄는 사람에게 공감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조하기를 하고 있다. 아내를 질투하는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하고 아내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잘하도록 지원하는 법을 보여 준다. 우리에겐 이러한 역할 모델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남성이 엠호프처럼 내조만 할 순 없다. 남성이 뭘 해야 할까.

    "여성이 회사에 요구하는 것을 남성도 똑같이 요구해야 회사가 바뀐다. 다른 남성 동료들이 육아 휴직을 갈 때 지원해 주고, 아동 돌봄을 보조하는 정책에 투표를 하고, 가정이 그들의 일보다 더 가치 있다는 점을 회사에 알려서 탐욕스러운 노동 구조를 바꾸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남성들이 집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아야 한다. 어떤 부부는 번갈아 커리어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두 사람 다 성공하기도 했다."

    ―가족은 당신의 학문적 성취와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줬나.

    "나는 아이가 없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남편이 엠호프 같은 남성인가.

    "엠호프가 좋은 사람인 건 틀림없지만 내 남편 래리 카츠가 훨씬 더 멋지고 똑똑하다. 내가 연구하는 동안 남편의 지원이 아주 든든했다."

    ☞클라우디아 골딘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 교수가 됐고, 2013년 전미경제학회장을 지냈다. 여성의 경력과 가정의 역사, 경구피임약이 여성의 커리어와 결혼에 미친 영향,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이유 등을 연구했고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반복해 거론되고 있다. 그의 남편 래리 카츠도 하버드대 경제학부 교수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노동부의 수석 경제학자였다. 카츠 교수는 골딘 교수를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파트너"라고 표현한다. 두 사람이 함께 쓴 책 '교육과 기술의 경주'(2008)는 학계에서 "경제학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 "기념비적 성과"라는 극찬을 받았다.
    기고자 :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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