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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

    김주영 피아니스트

    발행일 : 2022.05.30 / 특집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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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祖國의 복수 다짐한 연인의 비극… 극적인 멜로디로 탄생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6월 2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를 선보입니다. 이 오페라는 이탈리아 작곡가인 주세페 베르디(1813 ~1901)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한 번도 공연된 적이 없었는데요. 지난 4월 역시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던 베르디의 오페라 '아틸라'와 함께 "음악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연주 난도가 높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작곡가 베르디와 함께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 작품이 어떤 내용인지 알아볼게요.

    집안 형편 탓에 공부 늦게 시작해

    베르디는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부세토에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음악 공부를 조금 늦게 시작했죠. 그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밀라노를 찾았지만 음악원에 입학하지 못하고 개인 교습을 받는 등 힘들게 음악 공부를 이어갔어요.

    그러다 1839년 '오베르토'를 발표하면서 작곡가로서 최초의 성공을 거둡니다. 그 후 '에르나니'(1844), '지오반나 다르코'(1845), '레냐노의 전쟁'(1849)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명성을 쌓아갔죠.

    애국심이 강했던 베르디는 당시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등 외세의 압박으로 분열돼 있던 조국의 어려움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냅니다. 작품 속에 전쟁 영웅을 등장시켜 이탈리아인들을 위로하기도 했죠. 그는 '리골레토'(1851), '일 트로바토레'(1853), '라 트라비아타'(1853) 등 우리에게 친숙한 3대 대표작으로 유럽 최고 오페라 작곡가 자리에 오릅니다.

    이후에도 베르디는 연이어 걸작을 내놓는데요. '가면 무도회'(1859), '운명의 힘'(1862), '돈 카를로'(1867), '아이다'(1871) 등이 창작 중기의 주요 작품으로 꼽힙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인 '오텔로'(1887)와 그의 마지막 작품인 '팔스타프'(1893)는 음악과 가사·줄거리 등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명품 오페라들이죠.

    우아하면서도 극적인 멜로디와 성악가들의 기량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구성한 베르디의 오페라는 어느 작품이나 인물들의 성격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역사 속 실제 사건이 배경

    1855년 6월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는 5막 구성으로, 역사 속 실제 사건을 기둥 줄거리로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강압적인 지배를 받고 있던 시칠리아인들이 1282년 부활절 저녁 기도 종소리에 맞춰 봉기를 일으킨 사건이죠. 13세기 시칠리아섬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요. 그 안에서 주인공들의 사랑과 배신, 음모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대규모 서곡이 연주된 후 1막이 시작됩니다. 시칠리아 사람들을 조롱하는 프랑스 군인들과 이에 반감을 품고 있는 시칠리아인들이 대립합니다.

    엘레나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기 전 이 섬을 다스리던 지배자의 여동생입니다. 그녀의 오빠는 프랑스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요. 이 때문에 현재 시칠리아를 통치하는 프랑스 총독 몽포르테에게 증오를 품고 있습니다. 이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은 젊은 애국자인 아리고인데, 이런 엘레나를 사랑하고 있죠.

    2막에서는 망명했다가 되돌아온 프로치다가 등장합니다. 그는 조국인 시칠리아에 대한 충정을 다짐하는데요. 그런 와중에 엘레나는 아리고에게 "오빠의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두 사람은 사랑을 약속하게 됩니다.

    3막이 시작되고, 아리고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총독 몽포르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는 한때 시칠리아 여인을 사랑했는데, 몽포르테가 그 여인이 남긴 편지를 읽으며 진실을 알게 된 거예요. 마침내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하게 됩니다. 몽포르테가 아리고에게 진실을 말해주자, 아리고는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몽포르테가 주최한 무도회가 열리게 되는데요. 엘레나는 몽포르테를 암살하기 위해 이 무도회장에 잠입해 프로치다와 함께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몽포르테를 공격하려던 순간, 아리고가 막아섭니다. 그렇게 엘레나와 프로치다는 체포돼요.

    4막에서 아리고는 엘레나와 프로치다를 만나기 위해 감옥을 찾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배신자"라는 비난만 돌아옵니다. 세 사람 앞에 나타난 몽포르테는 아리고에게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면 두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하지요. 이에 아리고는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여요. 크게 기뻐한 몽포르테는 엘레나와 아리고의 결혼을 허락합니다.

    그렇게 5막이 시작되는데요. 결혼식을 앞둔 엘레나에게 프로치다가 찾아옵니다. 그는 엘레나에게 "저녁 기도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경고합니다. 이에 엘레나와 아리고는 결혼을 주저하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이윽고 저녁 기도 종소리가 울리고, 시칠리아인들이 프랑스인들을 공격해 참극이 벌어지는 장면으로 오페라는 끝이 납니다.

    이 오페라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리아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은 5막에서 여주인공 엘레나가 부르는 아리아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입니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 엘레나가 하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흥겨운 볼레로(스페인에서 유행이 시작된 세 박자의 정열적인 춤곡) 리듬에 맞춰 소프라노가 고음에서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명곡이랍니다.

    [베르디 삶과 '라 트라비아타']

    88세라는 긴 생애 동안 베르디는 인생의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는데요. 그는 젊은 시절 두 아이와 아내 마르게리타를 병으로 모두 잃게 됩니다. 큰 실의에 빠진 베르디 앞에 나타난 여인은 성악가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였는데요. 그녀 역시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베르디가 스트레포니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며 만든 작품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입니다.

    이 작품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동백꽃을 단 여인'이 원작인데요. 소설 속에는 시골 귀족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진 사교계의 여인 비올레타가 파리로 도피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베르디는 이 장면이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껴 크게 공감했다고 해요. 그러면서도 베르디는 이 작품에 첫 아내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담아냅니다. 극 중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그는 힘든 시절 자신을 위해 희생했던 마르게리타를 비올레타에 대입시켜 그녀에 대한 애틋함을 표했습니다.
    기고자 : 김주영 피아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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