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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동시대 최고 예술가를 경배하다

    김도훈 영화평론가

    발행일 : 2022.05.30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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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며

    박찬욱이 수상했다. 박찬욱이 (황금종려상을) 강탈당했다. 박찬욱이 수상했다. 박찬욱이 강탈당했다. 나는 지금 둘 중 어떤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맞는다. 이 글은 박찬욱 감독에게 바치는 축사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는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는 건 영예다. 게다가 칸에서 받은 세 번째 상이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여 년에 걸쳐 칸영화제 본상을 여러 개 챙긴 감독은 몇 없다. 칸이 아낌없이 사랑하는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가 1999년부터 다섯 개의 본상을 챙긴 것이 최근의 기록이다. 박찬욱 감독은 '칸느 박'이라는 별명을 정말 싫어한다고 알고 있다. 이젠 어쩔 도리 없이 '칸느 박'으로 불리는 걸 영원히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진심으로 애도드린다. 아니, 축하드린다.

    이제 본심을 이야기해야겠다. 나는 박찬욱이 황금종려상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올드보이'였다. 2004년 나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출장을 갔다. '올드보이'가 경쟁 부문에 올랐던 터라 한국 기자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심사위원장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라는 것도 청신호였다. 흥건한 폭력의 미학이라는 점에서 박찬욱과 타란티노 감독은 서로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영화적 동지들이었다. 심사위원장이 누구냐는 중요하다. 칸영화제는 매년 심사위원단을 새로운 인물로 꾸린다. 그해 심사위원장 취향에 따라 황금종려상 행보가 결정된다는 건 모두가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비밀이다. 흥미롭게도 2004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마이클 무어의 '안티 부시' 다큐멘터리 '화씨 911'에 돌아갔다. 정치적 선택이었다. '올드보이'는 황금종려상 바로 아래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그거로도 충분한 영광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박찬욱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강탈당한 것이 맞는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가장 큰 화제작이었다. 비평적으로도 다른 경쟁작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평점을 얻었다. 비평적 환대가 곧바로 황금종려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많은 것은 심사위원단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 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예술적이고 때로는 정치적이고 가끔은 지리적이다. 그러니 나는 박찬욱 감독이 올해도 황금종려상을 강탈당했다고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황금종려상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지나치게 뚜렷한, 그래서 때로는 관객들을 지나치게 놀라게 하는 개성을 지키면서도 20년 넘도록 대중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사람은 드물다. 박찬욱은 그 드문 경지에 이른 드문 예술가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은 동시대 최고의 예술가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생각하면 납득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다음 영화로 칸영화제에 진출한다면 그때는 반드시 황금종려상이어야 할 것이다. 당신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이 글은 축사가 맞는다.
    기고자 : 김도훈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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