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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태평양 섬(하와이 남서쪽 3000km 칸톤섬)에 활주로 확보… 美겨냥 군사 활용 가능성

    도쿄=성호철 특파원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발행일 : 2022.05.30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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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외교부장, 키리바시 방문… 인프라 정비 협력 합의

    중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3000㎞ 떨어진 태평양의 칸톤섬에 활주로를 확보할 전망이다. 중국 폭격기, 전투기가 하와이 주변에서 유사시 미국 항공모함이나 전함에 군사적 대응할 거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중국의 장거리 폭격기인 H-6J는 작전 반경 3500㎞에 핵추진 항공모함 공격용 미사일인 YJ-12를 6발 달 수 있어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29일 중국 외교부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27일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키리바시를 방문, 마마우 대통령과 회담하고 인프라 정비 협력에 합의했다. 키리바시는 인구 11만에 면적은 제주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4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로 양국 협력이라기보단 중국이 일방적으로 원조하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과 키리바시 간 협력의 핵심은 칸톤섬에 위치한 활주로 개선 프로젝트"라고 분석했다. 키리바시 정부는 작년 5월 중국의 원조를 받아 칸톤섬의 활주로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 후속 조치로 인프라 지원 협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칸톤섬의 활주로가 부각되는 배경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칸톤섬은 하와이와 호주를 연결하는 중간에 있다. 태평양의 요충지로 본래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전쟁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활주로를 건설했다.

    당시 남양군도(현재의 미크로네시아연방 지역)를 장악한 일본군은 남태평양으로 진출, 미국과 호주 간 연계를 끊으려고 했다. 미군은 키리바시에 활주로를 만들어 일본 해군과 격전을 벌였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70여 년 후에 중국이, 미국이 만들었던 활주로를 대미 견제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키리바시 당국은 "활주로는 (군사 목적이 아닌) 민간 상업용"이라며 유사시 중국의 사용 가능성을 부인한다. 하지만 칸톤섬은 인구 100명이 채 되지 않아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키리바시와 안보 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기적으로는 이곳에 하와이를 겨냥하는 중국 군 부대가 배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간 동맹인 쿼드(Quad) 라인을 뚫기 위해 태평양 섬나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26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태평양 섬나라 8국을 순차 방문하고 있다. 수행 인원과 방문 국가 수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왕 부장은 26일 첫 방문지인 솔로몬제도에 스포츠센터, 국가의료센터 건설을 지원하고 중국이 솔로몬제도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의 98%에 대해 무(無)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래 확대를 위한 비자 면제, 항공 협정에도 서명했다. 솔로몬제도는 지난달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 중국 함정이 솔로몬제도에서 현지 물류 보급을 받을 길을 열었다. 솔로몬제도의 안보 협력에 경제 지원이란 대가를 지불했다는 평가다. 왕이 외교부장은 28일 세 번째 방문국 사모아에서도 경제 기술 협력과 함께 '경찰 지문(指紋) 연구소 협력'에 합의했다.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는 중국의 남태평양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남태평양의 피지는 왕 부장의 방문을 앞둔 27일,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명의로 환영 성명을 냈다. 일본은 이달 초 하야시 외무상이 피지와 팔라우공화국을 방문했고, 호주는 26일 페니 웡 신임 외교장관을 피지에 보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29일 호주 국방부가 파푸아뉴기니에 선거 지원, 사이버 위협 대응, 합동 훈련을 위해 군인과 군무원 100명 이상을 파견한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는 25일 솔로몬제도에 파견한 뉴질랜드군의 주둔을 2023년 5월로 1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태평양 양분(兩分)론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년 전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태평양은 광대하기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모두 수용할 충분한 넓이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젠 현실 전략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픽] 키리바시 / 칸톤섬
    기고자 : 도쿄=성호철 특파원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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