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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홍대앞·강남… '음주 킥보드족' 아찔한 주행

    박강현 기자 김나영 기자 이영관 기자

    발행일 : 2022.05.30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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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은 늘고, 택시는 안 잡히고" 직장인 심야 킥보드 늘어

    지난 26일 0시 10분쯤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인근 삼거리. 어느 한 골목에서 2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킥보드를 타고 차로로 튀어나오더니, 헬멧도 쓰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주행을 했다. 당시 그 차로 반대편에서 똑같이 킥보드를 타고 오던 사람이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그는 약 200m 이상을 역주행하더니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날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1시간 동안 이 삼거리 주변 차로와 인도로 16대의 킥보드가 지나갔다. 인도에서 사람들 사이를 위태롭게 비켜가거나 경적을 울리는 킥보드가 대부분이었다.

    같은 시각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상황도 비슷했다. 자정부터 1시간 동안 선릉역 사거리에 킥보드 50여 대가 지나갔는데, 다섯 대 중 한 대꼴로 2명이 킥보드에 함께 올라타 있었다. 특히 역 주변에는 회식을 끝내고 나온 40~50대 직장인들이 킥보드를 타려는 게 눈에 많이 띄었다. 직장인 김모(40)씨는 선릉역 인근 치킨집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남은 치킨 상자를 든 채로 킥보드를 탔다. 김씨는 "1시간 넘게 기다려도 택시가 안 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거리 두기가 풀린 뒤 밤마다 서울 곳곳에서 전동 킥보드 때문에 위태로운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심야에 각종 모임이 늘었는데 밤마다 택시를 잡기가 어려워지자, '음주운전 금지' '헬멧 착용' '1명만 탑승' 등 각종 안전 규정을 지키지도 않고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특히 도심 곳곳에선 밤마다 킥보드 주 이용층이었던 20~30대뿐만 아니라, 40~50대 직장인까지 회식 후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1735건으로 약 15배가 됐다. 또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8일 거리 두기 해제 전 한 달 음주 킥보드 적발 건수가 49건이었지만, 거리 두기 해제 후에는 한 달 93건으로 2배 가까이가 됐다고 밝혔다. 이미 곳곳에서 심야 킥보드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새벽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사거리에선 20대 남성 2명이 헬멧 없이 킥보드 한 대를 같이 타고 인도에서 차로로 진입하다 차에 부딪혀 둘 다 숨졌다. 자동차 운전자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두 사람의 음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7일 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이 술을 먹고 킥보드를 타다 적발되기도 했다. 적발 장소도 경찰청 앞이었다. 그도 헬멧을 쓰지 않은 상태였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모(40)씨도 최근 회식 후 집에 돌아갈 때 종종 킥보드를 이용한다고 했다. 서초구에 직장이 있는 김씨는 집까지 차로 15분이면 도착하는데 밤 11시 이후 택시를 잡으려면 1시간 안팎은 기다리기 일쑤라고 한다. 그는 "낮에는 한번도 킥보드를 타본 적 없지만 오히려 밤에는 인도에 사람이 별로 없어 킥보드를 타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더라"면서 "술 먹고 킥보드 타다 단속당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어서 그냥 모른 척 한번씩 이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인명 사고의 우려가 커지면서 경찰은 30일부터 7월 말까지 전동킥보드나 자전거 등 이륜차 단속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킥보드는 원칙은 차로 주행이지만, 인도나 이면도로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길목을 지키는 차량 음주 운전 단속과 달리 적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번호판도 없어 단속 카메라에 찍혀도 방법이 없다. 홍성령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는 "특히 킥보드는 인도와 차도를 오가는 게 일반적이라 사고 위험이 더 높다"면서 "처벌이나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 전동킥보드 등 개인이동장치(PM) 사고건수
    기고자 : 박강현 기자 김나영 기자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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