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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영화 연출, 모든 게 훌륭… 재미없으면 내 탓"

    칸(프랑스)=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2.05.28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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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감독 고레에다 연출 '브로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첫 공개

    "팬데믹 기간 동안 영화를 찍는 것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영화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네요."

    26일 밤(현지 시각)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영화 '브로커'의 첫 상영이 끝난 뒤 관객 2300여 명의 기립 박수가 10여 분간 잦아들지 않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건넸다. 고레에다의 일본어 소감은 곧바로 현장에서 프랑스어와 한국어로도 통역됐다. 이 때문에 관객들의 박수는 세 차례나 거듭됐다.

    칸에서 한일(韓日) 영화계가 손을 맞잡았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했고 한국 배우들과 한국에서 한국어로 촬영했다. CJ ENM이 투자 배급을 맡아서 한국 영화로 분류된다.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가 한국 영화를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칸을 상징하는 레드 카펫 역시 고레에다 감독과 주연 송강호·강동원·아이유(이지은)·이주영 등이 함께 밟았다. 고레에다와 송강호는 칸에만 각각 8차례, 7차례 초청받아서 합치면 15차례 방문한 '칸의 단골 손님들'이다. 이날 현지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스타는 아이유였다. 상영 2~3시간 전부터 아이유의 팬들은 극장 주변에서 음반·포스터 등을 들고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 극장 앞에 도착한 아이유는 팬들에게 다가가서 사인해준 뒤,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촬영에 응했다.

    전날 현지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도 고레에다는 "주연을 맡은 한국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났다. 만약 작품이 재미없다면 그건 전적으로 제 탓"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감독은 한국 영화 제작 방식에 대해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훌륭했다. 일본과는 달리 매주 촬영 시간을 정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휴식 없이 강행하거나 밤샘 촬영하는 일도 없었고 저 역시 혜택을 누렸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고레에다는 이들 배우의 장점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유에 대해서는 "목소리에서 스며나오는 느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배두나에 대해서는 "한국어로 번역된 대본뿐 아니라 제가 일본어로 썼던 시나리오까지 비교하면서 여백과 여운까지 살렸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2009년 '공기인형'에 이어서 고레에다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칸에서 공개된 '브로커'는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내맡기고 가는 베이비 박스(baby box)라는 실화(實話)에 바탕한 영화. 낳는 것과 기르는 것의 관계에 대한 성찰에서는 고레에다의 2013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핏줄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유사(類似) 가족을 이루는 설정에서는 201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외신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미 버라이어티는 "감독의 인간적 결론을 따라가게 만든다"고 호평했다. 반면 영국 가디언은 "어리석고, 지겨울 정도로 인물 형상화가 얕다"고 혹평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고레에다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함께 나란히 경쟁 부문에 올랐다. 고레에다는 박 감독에 대해 "나이 또래 비슷한 친구"라고 말했다. 고레에다는 1962년생, 박찬욱은 1963년생이다. 경쟁에 대한 질문에 고레에다는 "우리 창작자에겐 그런 의식이 없다. 아시아 영화가 유럽 영화제에 초청받는 것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상을 받으면 함께 기뻐하고 무대 뒤에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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