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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몰래 14세 때 시작한 무용… 춤추는 남자라는 편견과 싸워 왔다"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2.05.28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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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량무 계승' 한국무용가 조흥동, 67년 춤 인생 담은 자서전 펴내

    "젊은 날에는 '춤추는 죄'에 사로잡혀 고개를 숙이고 걸어 다녔다. 춤추는 남자에 대한 편견과 싸우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떳떳한 인생이었다."

    한량무로 유명한 춤꾼이자 국립무용단 히트작 '향연'을 안무한 조흥동(81·사진)은 춤 인생이 담긴 '월륜 조흥동 자서전'을 펴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기 이천에서 누이 넷에 외아들로 태어났다. 남자가 춤을 추면 멸시와 손가락질을 받던 시절, 14세부터 부모 몰래 한국 전통무용 대가 17명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춤을 익혔다. 이매방·강선영 등을 사사했다.

    조흥동은 대학(서라벌예대)에서 춤을 전공한 엘리트 남성 무용수의 선두 주자다. 1981년에 한국남성무용단을 창단했는데, 무용은 여성의 전유물이던 때라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제자도 100여 명에 이른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무용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고 60세를 넘기자마자 예술원 회원이 됐다. 온갖 춤을 섭렵해 '춤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그는 "출 수 있는 춤이 많지만 한성준이 집대성하고 강선영을 통해 내려온 한량무가 내 '18번'이 됐다"며 "무용수는 절대다수가 여자이던 시절에 '남자답게 호방하고 활달하게 춤출 수는 없을까' 고민하며 발전시킨 춤"이라고 했다.

    부채를 들고 추는 한량무는 남성 독무(獨舞)를 대표한다. 기교를 많이 쓰지 않고도 맺고 멈춤이 확실하여 맛깔스럽다. "여자가 추는 춤으로 살풀이와 승무가 최고라면 남자의 춤으로는 한량무가 최고다. 포부와 기개, 희망을 담아 기품 있게 춘다."

    극작가 차범석은 그의 춤을 보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마음속 깊이 고여 있다가 손끝과 발끝에서 침향처럼 흘러나온다"고 평한 적이 있다. 디딤새부터 중심이 확실하다. 당장 무대에 올라가도 90분 공연을 완벽하게 책임질 자신이 있다는 그에게 춤이란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덧없이 사라지지만 내 육체와 정신, 사실상 전부다. 아무리 좋은 쇠도 녹이 슨다. 춤도 매한가지라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 소주를 쭉 들이켤 때 온몸에 짜릿함이 전해지듯이 춤도 관객에게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전율을 느끼게 해야 한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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