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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로봇, 국내 식당·물류센터 점령했다

    이벌찬 기자

    발행일 : 2022.05.28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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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정부 파격지원 힘입어
    국내 기업에 '반값 공세'

    지난달 6일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팩토리·자동화산업전 2022'를 찾았다가 한 중국 물류 로봇 업체로부터 '반값 납품' 제안을 받았다. 한국산 무인운반로봇과 같은 사양의 제품을 50% 가격에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임원은 "중국산 로봇은 국산에 비해 품질은 약간 떨어지지만 비용을 파격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시장을 휩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제조 현장과 물류 라인에 물류 로봇(무인운반로봇과 자율주행로봇)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로봇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도입된 물류 로봇의 60%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 로봇 산업은 3년 내 세계 로봇 시장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면서 "한국 물류 로봇산업은 중국에 밀려 성장 기회마저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로지스틱스IQ에 따르면 전 세계 물류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서 2027년 180억달러(약 23조원)로 팽창할 전망이다.

    ◇저가 공세에 대기업도 중국산 로봇 골라

    중국산 로봇의 국내시장 싹쓸이 비결은 가격이다. 국산 물류 로봇 가격은 사양에 따라 3000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데 중국산은 딱 절반 값이다. 중국 정부가 광둥성 선전·둥관 등지에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입주 업체에 시설 투자금 10% 환급, 매출의 15%에 이르는 보조금 같은 파격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 지원 덕분에 중국 물류 로봇 업계에서는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돌파한 곳이 36곳에 이를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5대 물류 로봇 기업들의 매출은 모두 1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차세대 물류 로봇인 자율주행로봇(AMR) 분야도 조만간 중국산이 밀려들어올 전망이다. 하이크로봇·긱플러스 같은 대기업들이 산업용 AMR을 대량 생산 중이다. 특히 전 세계 AMR 시장 점유율 16%로 1위인 긱플러스는 올 초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 기업 상대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로봇 제조 능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들도 비용 절감 목적으로 중국산 AMR을 대거 공장에 들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산 공세에 밀려 일부 국내 로봇 회사들은 주문자 위탁 생산(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로봇을 들여오고 AS만 담당하는 로봇 유통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 물류 회사 관계자는 "국산 로봇을 쓰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제품을 검토했다가 상당수가 중국산이라 놀랐던 적이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산 로봇에 상표만 바꿔서 판매하는 유통상이 될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서비스 로봇 시장도 중국산이 70%

    서비스 로봇 시장은 이미 중국산이 장악했다. 로봇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보급된 서빙 로봇의 70% 이상이 푸두테크, 키논 등 중국 회사 제품이다. 국내 업체 중엔 LG전자, 현대로보틱스, 베어로보틱스, 로보티즈가 자체 기술로 서빙 로봇을 만들지만 중국 서빙 로봇은 15~ 20%가량 저렴한 렌털 요금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부터 서빙 로봇 렌털사업을 시작했는데 대여한 로봇 대부분이 중국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로봇 도입이 급증하면서 품질 문제와 보안 이슈도 제기되고 있다. 한 로봇 업계 관계자는 "중국 로봇 기업들이 로봇 센서에 데이터 전송 모듈 하나만 심어 놓으면 데이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면서 "대기업이나 정부가 손 놓고 있다가 미래 핵심 산업을 송두리째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물류 로봇 납품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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