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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성장펀드' 도입하기로

성장 가능성이 큰 비상장 스타트업 등에 ETF(상장지수펀드)처럼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개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중소기업에 초기 투자를 한 뒤 나중에 기업이 성장하면 수익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이 내년쯤 출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벤처·혁신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매매되는 새로운 투자 상품인 '기업성장 집합투자기구(펀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세부 사항에 대한 시행령이 올해 안에 확정되고 상품이 준비되면 내년쯤 펀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스타트업에 ETF처럼 편히 투자

금융위가 도입을 준비 중인 기업성장 펀드는 펀드 자산의 약 60% 이상을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한다. ETF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투자자가 쉽게 매매할 수 있는 펀드다. 금융위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등이 펀드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돈을 모으고, 펀드 자산을 벤처·혁신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성장하는 기업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고 일반 투자자는 제도권 내의 투자 수단을 통해 벤처·혁신기업에 분산투자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지난해 이후에만 7개 추가되며 18개로 늘어나는 등 성공한 스타트업이 잇달아 탄생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이 회사들에 투자할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소인 'K-OTC'나 비상장주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을 통하면 매매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래되는 회사가 제한적이고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아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새로 나올 기업성장 펀드는 운용회사가 심사를 거쳐 투자 기업을 선정한 뒤 분산투자를 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투자자는 이 펀드를 매수함으로써 전문가가 고른 스타트업 등에 나누어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엔 새로운 자금 창구

기업성장 펀드의 또 다른 역할은 성장해가는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정책 금융이나 대다수 벤처캐피털은 초기 창업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에 받은 투자 자금이 떨어지고 나면 자금난을 겪기 쉽다. 일반인의 투자금을 광범위하게 조달할 수 있는 기업성장 펀드는 이런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영호 과장은 "일부 스타트업은 지분율이 희석되는 지분 투자 대신 대출을 선호하는데 기업성장 펀드는 대출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성장 펀드는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지금은 약 50개가 상장돼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투자 자금이 불어나고 스타트업 시장이 성장하면서 미국 기업성장 펀드는 괜찮은 실적을 내 왔다. 배당 수익률(2020년 기준)이 평균 9.5%로 꽤 높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성장 펀드의 수익률이 낮아지거나 손실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금융 당국은 운용사의 분산투자를 의무화하고 10% 이상을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매도 주문이 지나치게 몰려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펀드를 팔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른 ETF와 비슷하게 매매를 원활하게 할 '유동성 공급자(증권사 등)'도 지정할 계획이다.

[그래픽] 기업성장펀드와 다른 펀드의 차이점 기고자 :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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