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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팹리스 CEO 30인에게 물었다… 국내에도 대형 팹리스 나오려면?

    최원석 전문기자

    발행일 : 2022.05.26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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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설계 시장 점유율 1%… 인력 부족부터 해결해야"

    "바이든이 한국에 착륙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서 처음 간 곳은 대통령 집무실도, 미국 대사관도, 주한 미군 기지도 아니었다. 21세기 진짜 전장(戰場)인 수퍼 반도체 공장이었다."

    지난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규정했다.

    반도체 '전장'은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으로 나뉜다. 반도체 생산 공장은 보이지만, 설계 위주라 공장이 없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유다.

    한국은 보이는 부분에 압도적이다. 메모리 세계 점유율 60%. 팹리스 설계대로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에서도 삼성전자의 세계 점유율은 20%. 대만 TSMC(약 50%)에 이어 2위다.

    팹리스 분야 점유율 1%에 불과한 한국

    반면 눈에 잘 안 보이는 팹리스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불모지다. IC인사이츠(2020년)의 본사 소재지별 반도체 점유율에서 한국은 미국(55%)에 이어 2위(21%)였지만, 팹리스 한정의 점유율은 1%로, 미국(64%)·대만(18%)·중국(15%) 등과 비교하기 어렵다.

    유재희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팹리스는 다양한 분야의 통합이 중요하므로 정부와 기업을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와 국내외 생태계가 절실하다"면서 "한국이 미래에도 반도체 주도권을 잡으려면 더 늦기 전에 대형 팹리스가 계속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톱10 기업 중 전년 대비 성장률 톱3는 대만 미디어텍(60%)과 미국 엔비디아(57%)·퀄컴(51%)으로 모두 팹리스였다. 특히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AP 시장에 뛰어든 지 9년 만인 재작년 말 미국 퀄컴을 누르고 스마트폰 AP 출하 대수 1위에 올랐다. 미디어텍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한 6조1200억원, 순이익은 30% 증가한 1조4000억원으로 매출·이익 모두 사상 최대였다. 한국의 팹리스 상위 20사 매출·이익을 전부 합해봐야 미디어텍의 10분의 1, 100분의 1이다.

    팹리스 인력 부족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내 팹리스 단체인 한국팹리스연합, 반도체공학회 도움으로 팹리스연합 103개 회원사 CEO에게 지난 18~24일 '한국에서 미디어텍 같은 대형 팹리스가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었다. 취합된 30개 팹리스 CEO의 답변은 이랬다.

    팹리스 CEO들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하 복수 응답)로 '인재 부족(8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규모의 경제 안 됨(73.3%)' '글로벌 진출 못 함(66.7%)' '정부 지원 부족(56.7%)' '자금 조달 문제(53.3%)' '스타 제품 부재(46.7%)'가 뒤를 이었다.

    '인재 부족'의 해결책으로는 '비싸게 인수되거나 상장으로 돈 버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73.1%)'가 가장 많았다. '전공생 늘리고 교육과정도 업그레이드(53.9%)' '비전공 학생의 재교육 늘려야(38.5%)' '의사·대기업·공무원으로 몰리는 환경 바꿔야(30.1%)' '해외 인재 영입(7.7%)'이 다음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방법으로는 '대기업 중심으로 팹리스 수요를 늘려주는 생태계 조성(68.2%)'이 가장 많았다. '정부가 팹리스·IT에 특화한 투자 펀드 만들어야(40.9%)' '대기업이 팹리스 인수하거나 전략·장기적 투자(40.9%)' '팹리스 간 M&A(40.9%)' '대기업의 해외 팹리스 인수(4.6%)가 뒤를 이었다. 왕성호 한국팹리스연합 사무총장(네메시스 대표)은 "대형 팹리스가 나오려면 M&A가 필수"라면서 "대기업이나 중견 팹리스가 기술력은 있으나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없는 중소 팹리스를 인수하면,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 향상은 물론, 피인수 기업 임직원이 현금을 받아 엑시트(Exit)가 가능하다"면서 "이런 사례가 몇 개만 나와주면, 젊은 인재가 팹리스에 모이거나 팹리스를 거쳤다가 다른 도전적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답으로는 '팹리스와 동반 성장의 중요성을 고객사 경영진이 인식해야(55.0%)'와 '칩·소프트웨어 토털 설루션으로 서비스 강화(50.0%)'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국내에서 사줄 고객 필요(30.0%)' '팹리스도 고객사도 단기 성과에만 매몰되는 구조 바꿔야(20.0%)' '국내 대기업 고객에만 의존 말고 세계시장 개척(20.0%)' 순이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토털 설루션을 제공하려면 칩과 소프트웨어의 전체 시스템을 기획하고 상위 개념 설계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아키텍트(Architect·아키텍처를 만드는 사람)를 길러야 한다"면서 "장기 육성 계획을 세울 때"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확대하고 총력전 나서야

    '정부 지원 부족'의 해결책으로는 '지원 기업·종목을 판단하는 인력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높여야(76.5%)'가 가장 많았다. 이윤식 반도체공학회장(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은 "담당 부처 실무자가 2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전임자 과제가 흐지부지되고 다시 새 과제가 덧입혀지는 악순환"이라며 "공무원이 여러 부서 돌며 승진하는 코스만 만들지 말고, 업무의 전문성·연속성을 훨씬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세금 감면·투자 지원 절대액 늘려야(47.1%)' '정부 출연 기관 지원 줄이고 민간 기업 비율 늘려야(41.2%)' '정부 과제가 사업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끝까지 추적해야(41.2%)' '행정 절차·규제에 대한 공무원의 서비스 마인드 높여야(23.5%)'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픽] 국내 팹리스 CEO 30명에게 묻다 한국에서 대만 미디어텍 같은 대형 팹리스 나오려면?

    "신규 인력도 좋지만 기존 인력 재교육이 절실"

    CEO들의 속내 들어봤더니

    설문 마지막에 팹리스 CEO들에게 국내에서 대형 팹리스 탄생을 위해 꼭 필요한 것 하나만 더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익명을 전제로 솔직한 속내를 들었다.

    한 업체 대표는 "아시아 최강이라는 대만의 팹리스 미디어텍이 약진한 이유는 고객 기업들이 미디어텍의 팹리스 사업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텍은 기술 변곡점에서 새 아이디어를 갖고 더 많은 고객 기업을 만족시키면서 함께 성장했다. 우리도 대기업이 팹리스 업체를 장기 전략 파트너로 여긴다면, 한국판 미디어텍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의 큰 변화, AI·자율 주행, 차량의 통합 전자 제어(스마트폰화)가 시작되는 지금이야말로 토종 팹리스 성장의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이 팹리스까지 지원하는 게 버겁다면, 이 부분이야말로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책 과제 상당 부분이 팹리스·대학·국가기관에 나눠주기식이다. 사업화 검증은 뒷전인데 그러면 안 된다. 유니콘 팹리스 가능성이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신규 인력 양성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기존 반도체 인력의 재교육도 절실하다. 회사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필요한 분야의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길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파운드리 강국인데 파운드리에 대한 불만도 꽤 나왔다. "팹리스 경쟁력은 기승전 파운드리다. 팹리스에 필요한 공정의 국내 파운드리를 제대로 쓸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국내 파운드리가 자사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한다. 해외 주문이 늘면 기존에 배정된 국내 팹리스의 웨이퍼 물량을 줄이고 가격도 임의 인상. 팹리스로 살아남기도 어려운데 파운드리 물량마저 줄어 동료들을 내보내야 했다. 메모리·AP가 다가 아니다. 이대로면 수많은 시스템반도체가 중국으로 넘어갈 것 같다" 등이었다.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제조 설비(fabrication)에 '없다'라는 뜻의 접미사(less)를 합성한 말. 대표 기업으로 퀄컴·브로드컴·미디어텍 등이 있다. 반도체 산업은 팹리스 외에도 삼성·인텔처럼 설계~생산의 전 과정을 맡는 종합 반도체 회사(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IDM·팹리스에서 위탁받아 제작만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로 나뉜다.

    [그래픽] 국가별 반도체 점유율 / 국가별 팹리스 점유율
    기고자 : 최원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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