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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값 시달리는 마법소녀를 아십니까"

    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2.05.26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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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마법소녀…' 펴낸 박서련
    TV만화 속 주인공 현실로 불러
    2030세대가 느끼는 위기감 그려

    "따지고 보면 우린 '마법소녀의 민족'이라고 봤죠."

    서울 마포에서 만난 소설가 박서련(34)이 말했다. 지난달 출간된 그의 장편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후기에 이 뜬금없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나와있다. "단군설화에서 환웅이 단군에게 전해줬다는 삼신기(청동 검·거울·방울)가 마법소녀 물품과 닮았다"는 것. "기다란 무기, 둥근 도구, 작은 장신구. 이렇게 보면 딱 마법소녀 요술봉, 변신거울, 마법 팔찌 장식물 같잖아요."

    박서련은 2015년 첫 소설집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후 '체공녀 강주룡' '더 셜리 클럽'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등의 장편으로 여성의 삶과 시각을 세심하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는 그냥 여성도 아닌 '마법소녀'를 주인공 삼았다. 우선은 어린 시절 TV 마법소녀물에 푹 빠져 산 경험 때문이다. '마법기사 레이어스' '천사소녀 네티' 등 관련 작품 제목을 줄줄 외웠고, 지금도 "관련 굿즈(상품) 모으는 게 취미"라고 했다.

    '세계를 지키는 마법소녀'라는 설정으로 "우리 세대가 느끼는 위기감을 그려보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 속 마법소녀들은 TV와 달리 '현실적'이다. 주인공은 기존 마법 '소녀'들보다 나이가 지긋한 스물아홉 살 백수로 늘 카드 값에 시달린다. 그가 얻는 '요술봉'은 외관이 '신용카드'. 소설 속 빌런(악당)을 '기후변화'로 설정한 것도 이른바 "우리 세대가 감각하는 위기감과 가장 닮은 것 중 하나"라서다.

    그는 자신의 또래들을 특히 "큰 호황을 겪어본 적이 없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요즘 그리워하는 마법소녀물 대부분이 "IMF 직전 작품"이라며 "그 시절의 2030세대는 집도 사고, 가정도 꾸리고 정말 '어른' 같았다"고 했다. "크면 그렇게 될 줄 알고 자란 우리는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1인 가구주는커녕 자취생 되는 것조차 벅찬 걸 느껴요. 현실 생계의 문제조차 의지대로 잘 안 되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종말까지 걱정하게 됐죠."

    원래 현실에 없는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현실과 이어붙이거나, 이로 인해 법이나 제도 등이 실제로 바뀌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흥미를 느낀다고도 했다. "손가락 개수가 늘면 젓가락 개수도 늘 거고, 공룡이 살아 있다면 그들을 반려동물로 키우거나 공룡이 우릴 키울 수도 있겠죠." 소설 속 마법소녀들이 정부와 협력하는 전국마법소녀협회를 결성해 구직 활동 박람회와 각종 콘퍼런스를 열고, 위기 대응 공동 성명을 발표하게 한 이유다. 소설에선 뺐지만 당초 "요술봉을 들고 항공보안검색대를 지나다 걸리는 장면"도 상상했다고 한다.

    다음번엔 "거대 로봇물과 청소년 소설도 쓸 계획"이라고 했다. '여성 서사'를 또 다룰 거냐는 질문엔 "감정이입하기 자연스러운 걸 쓸 뿐"이라고 했다. "문단에 '여자 이야기'는 아직도 숫자가 많지 않고, 그래서 오히려 할 말 많은 소재라고 생각하고요."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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