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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랑상 받은 10명 모두 조연… 세상에 이런 '햄릿' 보셨나요?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2.05.26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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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무후무 연극 '햄릿'… 오는 7월 국립극장서 개막

    전무후무할 무대가 온다. 7월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햄릿'(연출 손진책)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뭉친다.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 등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만 10명. 그런데 놀랍게도 주연이 아니다. 최고의 배우들이 유령, 무덤지기, 배우2 등 조연이나 앙상블로 무대를 떠받친다.

    "배우에게 배역의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대 구석에, 조명 바깥에 있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박정자)

    "값을 따지면 접근이 어렵지만, 가치를 따지면 쉬운 결정이었다. 진짜 하고 싶었던 무덤파기(무덤지기)를 맡게 돼 영광이다."(정동환)

    25일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재능 있는 젊은 후배들과 대극장 연극에서 '빛나는 조연'으로 설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10명의 연기 경력을 합치면 약 500년에 이른다. 더욱이 연출가 손진책, 무대미술가 박동우, 제작자 박명성까지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총 13명이 합작하는 명품 연극이다. 인생을 꾹꾹 눌러담은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1601년 세상에 나왔으니 400년도 더 된 이야기다. "햄릿은 날마다 죽는다"고 할 만큼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공연된다. 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무대는 없었다. 이번 '햄릿'은 올해 32회를 맞는 이해랑연극상 기념작이기도 하다.

    덴마크 왕자 햄릿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곧장 숙부(클로디어스)와 재혼한 어머니(거트루드)를 원망하며 바닥 모를 슬픔에 빠져 있다. 장례식장에 올린 고기를 식기도 전에 결혼식장으로 옮긴 셈이라며 비통해한다. 선왕의 망령은 "클로디어스가 나를 독살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햄릿은 복수를 망설인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독백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가 이 대목에서 흘러나온다.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2016년 '햄릿'을 포함해 늘 햄릿을 연기해온 유인촌은 처음으로 클로디어스가 된다. 그는 "클로디어스는 햄릿이 복수해야 하는 대상이라 완전히 다른 각도로 작품에 접근하고 있다"며 "남성적이고 섹시한 나쁜 놈을 기대하라"고 귀띔했다. 지팡이를 짚고 참석한 권성덕은 "인생을 정리할 시기에 '햄릿'에서 가장 좋은 배역인 무덤지기를 맡았다"며 "마지막 연극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 강필석·박지연이 남녀 주인공 햄릿과 오필리어를 각각 연기한다. 또 박건형이 레어티스, 김수현은 호레이쇼를 맡는다. 짧은 이벤트 공연이 아니라 6주간 연습하고 4주간 공연한다. 단일 캐스트로 진행되는 아날로그 그 자체다. 강필석은 "명배우 선배님들과 함께 연습한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기분"이라고 했다. 제작자 박명성은 "코로나로 최악의 시간을 겪었지만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연극은 옹골차게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햄릿은 현명하면서 어리석고 진지하면서 경솔하고 용감하면서 우유부단하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통해 현대적인 인간을 발명했다는 평을 받는다. 햄릿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 풍경을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햄릿의 독백 "사느냐 죽느냐~"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돌아볼 기회다. 이 연극은 이해랑연극재단이 후원한다.

    [표] 연극 '햄릿'의 이해랑연극상 수상 배우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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