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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서 황금알 캔다, K금융 영토 확장

    김은정 기자

    발행일 : 2022.05.25 / 기타 F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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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방역 풀리고, 디지털 금융 자신감… 글로벌 공략

    최근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감소하는 등 올해 국내 영업이 쉽지 않다고 예상돼 글로벌 전략을 더 가열차게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경제 전망까지 불투명해진 가운데 금융사들은 수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다각화해 대응할 필요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 금융사 해외법인 222곳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코로나라는 악재가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27% 성장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한국 5대 금융지주의 글로벌 사업부문 이익은 2018년 8999억원에서 지난해 1조5097억원으로 68% 늘어나며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 지주사들은 한국 고객의 투자 관심도가 높은 영미권·홍콩 등 선진 시장에서 기업 금융 역량을 단련하는 한편,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신흥국은 소매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남방 9개국에 적극 진출하는 은행들

    최근 국내 은행들은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는 204개(39개국)로 1년 전보다 9개가 늘었는데 이 중 5개가 미얀마와 베트남 등 이른바 '신(新)남방' 지역에 생겼다. 신남방 지역이란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9개국을 가리킨다.

    이들 지역은 아직 금융이 선진국만큼 발달하지 않았거나 신규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많다. 또 한류 열풍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현지 인재 채용이나 영업 시 유리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은행의 해외 점포 중 43%가 이들 신남방 지역에 집중돼 있다. 베트남(19개), 미얀마(17개), 인도(16개), 캄보디아·인도네시아(11곳) 순으로 인기가 높다. 한국 은행들의 해외점포별 자산도 신남방 국가(28%)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18%)과 미국(13%), 홍콩(13%), 일본(10%) 등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최대 격전지는 성장 가파른 베트남

    그중에서도 연 6~7%의 가파른 경제성장률을 보여온 베트남은 한국 은행들의 최대 격전지다. 5대 은행을 비롯해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진출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1992년 베트남에 한국계 최초로 대표 사무소를 설립해 시장을 개척했다. 2009년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한 뒤로는 조직 안정화에 집중해 최근 5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손익·대출자산·채널 수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4년 금융시장 개방을 선언하고 2018년 외국인에게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등 문을 열어온 미얀마도 최근 신남방 시장의 교두보로 떠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산업 개방 초기로 시장 선점이 가능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 3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기업금융에서 소매금융으로 다각화

    국내 금융사들은 신흥 시장 진출 초창기엔 기업 금융에 주력했다. 현지에 많이 진출한 한국계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춘 전략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든 요즘에는 수익 다변화를 위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카드 발급 등 소비자 금융 영업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와 제휴를 하고, 자동차 도·소매 할부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대출과 신용 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상품 종류도 늘리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특히 국내 금융사들이 그간 갈고닦은 디지털 '내공'은 이 같은 현지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라인(LINE) 뱅크'는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하나금융이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손잡고 선보인 디지털 뱅킹 서비스 라인뱅크는 비대면 계좌 개설, 직불 카드, QR코드 간편 결제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범 3개월 만에 신규 가입자 20만명을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특히 '라인 프렌즈'라는 인기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한 라인 직불 카드는 현지 20~30대들에게 '언박싱(unboxing·신상품 개봉)' 유행을 일으키며 한때 재고 부족 현상을 겪었다.

    '베트남 시장의 강자' 신한은행은 현지에서 디지털 뱅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8일 '퓨처뱅크 그룹'을 출범시켰다. 퓨처뱅크 그룹은 '은행 속 은행' 형태의 독립 조직이다. 디지털 전략 본부와 ICT(정보 통신 기술) 본부 등으로 구성됐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날 2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한 베트남 최대 이커머스 기업 티키(TIKI)의 지분 1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베트남 인터넷은행인 티모(Timo)와 사업제휴를 통해 현지 점포의 IT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앱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고객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도 "밖으로"

    비은행 부문 금융 계열사들의 해외 진출은 금융그룹 차원의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인 'KB대한 특수은행'은 2018년 출범한 지 10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자동차 대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동남아 신흥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들은 국내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투자은행(IB)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고객들에게 베트남의 우수한 다국적 IB 계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베트남법인은 2017년 베트남 1위 소비자 여신 전문회사인 VP파이낸스 대출 채권 유동화 거래에 참여해 230억원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제공해 주목받았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인 HAMA(Hana Asset Management Asia, 하나자산운용 아시아)를 신설했다. 이를 앞으로 다양한 투자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급처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생명보험사인 신한라이프는 지난 1월 신한라이프 베트남을 출범시켜 신한금융의 베트남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방카슈랑스 영업 등을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다.

    ◇코로나에 막힌 해외영업 '다시 열린다'

    올해 들어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 조짐이 보이며 그간 다소 위축됐던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더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초 신년 간담회에서 '합종연횡(合從連橫)'을 글로벌 사업 전략의 화두로 제시하고 채비에 나섰다. 신남방시장 개척(합종: 베트남·인도 등)과 글로벌 자본 시장 기반 구축(연횡: 홍콩·뉴욕·런던 등)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NH투자증권의 런던 현지법인 'NHIS 유럽'이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4분기에 인도 노이다 지점과 베트남 호찌민 지점 개점을 목표로 인·허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호주 시드니 지점 개설도 올 3분기가 목표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달 25일 국내 은행 최초로 대만에 지점을 오픈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한민국 10대 교역 거점 모두에 네트워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대만에 역외 금융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자금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특성에 주목했다. 이를 발판으로 타이베이 지점을 하나금융그룹 글로벌 IB 부문의 아시아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 5대 금융지주 글로벌 부문 순이익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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