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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로 소통하고 노는 MZ세대
뻔한 광고로 하는 홍보는 싫어해
영상·콘서트 등으로 '호감 마케팅'

택시 호출 플랫폼 타다는 서울 도심 곳곳을 차를 타고 이동하며 찍은 영상들을 모아 지난달 말 웹사이트 '무브로그'를 열었다. '출근길에' '노을 지는' '비 내리는'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한강 다리 위를 달리는 차량들, 노을빛 물든 한강 물결과 같은 '차창 밖 풍경'이 약 2분간 배경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도시 소음, 새·바람 소리, 빗소리 같은 음향 효과도 추가할 수 있다. 총 80편에 달하는 영상은 10개월에 걸쳐 촬영됐다. 타다 택시는 영상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타다 관계자는 "고객의 이동 시간이 편안하고 여유롭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일종의 힐링 영상"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를 대놓고 홍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상이나 콘서트 같은 콘텐츠나 체험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스타트업 서비스의 주 고객인 젊은 층의 반응도 뜨겁다.

◇배달 앱이 창작 시 공모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매년 창작 시(詩) 공모전을 한다. 별도 제작한 홈페이지를 통해 음식을 소재로 한 짧은 시(25자 이내)를 받아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뽑는다. 지난달 말 수상작을 발표한 올해 공모전에는 역대 최다인 53만편의 응모작이 몰렸고, 심사위원 50여 명이 20일간이나 심사를 했다. '다 져도 괜찮아. 마늘' '맞았는데 틀렸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동그랑땡' 같은 기발한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배민은 대상 수상자에게 2만원 상당의 배민 쿠폰 365장을 줬다.

스타트업들은 젊은 층과 소통을 늘리기 위해 잡지, 콘서트 등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기도 한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들과 취향, 영감을 공유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무신사 스테이지'를 시작했다. 첫 행사로 자사 앱에서 비대면 연말 콘서트를 열었다. 다비치, 송민호, 자이언티 등의 가수들이 두시간 동안 실시간 공연을 펼쳤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1·2인 가구 중심 밀레니얼 세대의 일상을 담는 계간지 '디렉토리'를 발간한다. '어디에 살든 나답게'라는 모토로 가전, 집밥, 재택근무 같은 다양한 일상을 주제로 한 사진과 글을 엮어 200~300쪽 잡지로 펴낸다. 2019년부터 지난해 말 12호까지 발간됐다. 직방 관계자는 "단순히 집을 구해주는 플랫폼을 넘어 주거 문화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겠다는 꿈을 담은 콘텐츠"라고 말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콘서트 여는 스타트업들

재미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기도 한다. 금융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달 초 투자금 10억원을 내건 스타트업 서바이벌 오디션 '파운드'를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토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 목적이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콘텐츠라고 토스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3회분이 공개됐는데, 영상 총 조회 수가 36만건을 넘었다.

스타트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제품, 서비스에 대한 단순 노출과 판매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를 높이는 효과를 의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뻔한 광고는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데다, 특히 MZ세대는 콘텐츠를 통해 소통하고 놀기를 원한다"면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려는 기업들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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