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동인문학상 5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2) 이서수 '헬프 미 시스터'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발행일 : 2022.05.25 / 문화 A21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대물림 트라우마'를 넘어… 왜 밥은 꼭 주부가 하나?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5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의 추천작은 2권. '선릉 산책'(정용준), '헬프 미 시스터'(이서수)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다른 가족들의 무능으로 집안 경제를 떠맡은 여성. 능력을 인정받으며 회사에 안착하는 와중에 동료가 회식 자리에서 그녀를 졸피뎀으로 취하게 한 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터진다. 가해자는 무릎 끓고 빌지만, 주위의 불편한 시선 때문에 정작 회사를 그만두는 건 피해 여성 자신이다.

    그때부터 여성은 "흰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아이들이 오색 풍선을 들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평화가 아니라, 내전이 끝난 후 폐허가 된 마을에 서서 일몰을 바라보는 마음에 가까운 평화"를 살게 된다. 그 평화는 몰락과 죽음 근처의 배회이다. 집안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마침내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결심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 주인공이 손에 쥔 직업은 "플랫폼 노동자"이다. 휴대폰을 쥐고 있다가 연락이 오면, '택배'를 비롯한 각종 심부름을 하는 상시적 대기 노동자이다. 주인공은 이로써 무기력으로부터 탈출한 게 아니라 그 문턱 바깥으로 겨우 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 한 걸음은 그에게는 새 인생의 기회이다. 무엇보다도 달라진 게 있으니, 그동안 주인공에게 생계를 떠맡겼던 가족들이 함께 그 일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특별함을 깨닫기 위해서는 작품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가난한 가족에 초점을 맞춘 이 소설은 은밀하게 한국 여성의 수난사를 비춘다. 성 선택의 진화사 도중에 형성된 구조적 차별이, '대물림 트라우마'라고 부름직한 몸의 관행과 관성을 통해, 당연한 듯이 수락되고 지속되어 온 사태가 그것이다.

    그 트라우마 속에서 여성의 역할은 집안을 지키는 자로서 고정되었으니, 그 지위는 바깥에 나가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사람을 '내조'하는 역으로 한정된다. 그래서 아들에게 헌신하는 어머니에서부터 부재하는 가부장을 대신해 경제를 떠맡는 억척어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그렇게 한결같은 보조자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 점에서 보자면, 작품 제목 '헬프 미 시스터'는 꽤 아이로니컬하다고 할 수 있으며, 첫 대목이 식사 장면인 것 역시 시사적이다. 왜 밥은 꼭 주부가 해야 하나?

    한국문학사를 다시 들여다 보면, 이런 대물림 트라우마의 표백은 김동인의 데뷔작 '약한 자의 슬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거기에서 여성은 왜 그런지도 모르는 채로 강자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마는데, 오늘의 소설에서는 그로부터의 늦고도 느린 탈주를 감행하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저절로 알리라. 이게 보통 힘들고도 벅찬 일이 아니라는 걸.

    ☞이서수

    2014년 단편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으로 등단했다. 2020년 장편 '당신의 4분 33초'로 제 6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단행본을 출간했다. '헬프 미 시스터'는 그의 두 번째 장편이다.

    기고자 :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53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