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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잃은 비통함, 나 역시 잘 안다"… 무릎 꿇은 바이든

    도쿄=최은경 특파원

    발행일 : 2022.05.25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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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가족 잃은 동병상련으로 日 납북 피해자 가족 만나 위로

    "당신의 (자녀를 잃은 비통한)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미·일 정상회담과 4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정상 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빠듯한 일정 중에도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특히 그가 무릎을 꿇고 구순을 넘은 납북 피해자 부모와 눈을 맞추는 사진이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오후 도쿄의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약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만남엔 총 납북 피해자 8명의 가족 11명이 참석했다. 가족 모임을 이끄는 요코타 메구미(납치 당시 13살)의 동생 다쿠야(53)씨가 대표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납북 문제 해결을 호소할 계획이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들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면담 후엔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으로 의자에 앉아있던 요코타 메구미의 모친 사키에(86)씨, 아리모토 게이코(납치 당시 23세)의 부친 아키히로(93)와 눈을 맞추려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나루히토 일왕(日王)을 만났을 땐 목례나 악수도 하지 않고 다리를 꼰 것과 비교돼 더욱 대조를 이뤘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의 참석자들이 든 납북자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듣다가 사키에씨를 포옹했다. "(자녀를 잃은) 당신의 마음을 나도 잘 안다"고 위로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첫 아내와 장녀를 자동차 사고로 잃고, 2015년엔 뇌암에 걸린 장남이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동병상련의 아픔을 언급하며 연대 의식을 표명한 것이다. 납북 피해자 가족 모임 대표 다쿠야씨는 기자회견에서 "생각지도 못한 (바이든의) 따뜻한 행동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미국과 납북 피해자가 연대하는 모습은 북한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오모테나시(환대) 외교'의 핵심인 만찬회는 이날 저녁 도쿄 부촌 시로가네다이의 연회시설 '핫포엔(八芳園)'에서 열렸다. 기시다 총리는 전국 각지에서 조달한 재료를 활용한 와쇼쿠(和食·일본 요리)를 대접했다. 도쿄 토종닭(샤모), 도쿠시마현의 채소, 신슈(나가노 일대) 연어, 이세만 새우 등이 식탁에 올랐다. 술을 마시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 히로시마의 레몬을 넣은 탄산음료로 건배했다. 기시다 총리의 부인 유코 여사는 옥색 기모노 차림으로 참석, 평소 사용하던 다구(茶具)로 말차(抹茶)를 내려 대접하기도 했다.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바이든의 식성에 맞춰 미야기현 나토리시에서 공수한 초콜릿·말차 젤라토를 제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2011년 8월 나토리시를 찾아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를 위로한 인연을 살린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TBS에 "바이든 대통령이 농담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일 마지막 날인 24일엔 오전 10시 반부터 도쿄 관저에서 쿼드 정상회담, 인도·호주 총리와 개별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오후 6시 도쿄 요코타 공군기지로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기고자 :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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