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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개의 외모와 성격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

    발행일 : 2022.05.24 / 특집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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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순한 핏불테리어, 공격적인 레트리버도 있어요

    흔히 "개는 품종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고 이야기해요. '비글'은 활동적이고, '골든 레트리버'는 인내심이 강하고, '핏불테리어'는 싸움을 좋아한다는 식이죠. 반려견을 선택할 때 주인 성격에 맞는 품종을 골라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은 이와 성격이 비슷한 '시추'를 키워야 한다"는 거지요. 국제애견연맹(FCI)에 따르면, 연맹의 인증을 받은 개의 품종만 360여 종이라고 해요. 등록하지 않은 개와 야생개 종류까지 합치면 800여 종에 이르고요. 그런데 정말 품종에 따라 개의 성격이 정해져 있는 걸까요?

    품종별 성격 정해져 있지 않아

    엘리너 칼슨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팀은 2015년부터 자체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개의 성격과 품종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어요. 연구팀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을 통해 개 1만8385마리의 성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완료했고, 그중 2155마리의 DNA를 조사해 성격 유전자를 분석했죠.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어요. 개의 품종과 성격은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핏불테리어라고 반드시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분석 결과, 같은 품종이라도 개의 성격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9% 정도만 일치했죠. 만약 품종마다 정해진 성격이 있다면, 같은 품종의 개는 성격을 형성하는 유전자의 대부분이 같았을 거예요. 예컨대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비글이라면, 대부분의 비글에게서 활발한 성격을 만드는 유전자가 발견돼야 하는데 같은 품종의 개 100마리 중 9마리만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견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봐도 개의 품종과 성격은 크게 관련이 없었습니다. 예컨대 개가 늑대처럼 길게 울음소리를 내는 하울링(howling)은 통상 '시베리안 허스키'의 특징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레트리버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알려져 왔죠. 하지만 하울링을 하는 레트리버도 여럿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요.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됐어요.

    외모는 품종별로 유전자 80% 일치

    반면 몸집이나 귀 모양 같은 외모는 품종별로 유전자가 80%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같은 품종 100마리 중 80마리는 특정 외모를 가지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거예요. 비글은 얼룩무늬와 늘어진 귀가 특징이고, '차우차우' '저먼 셰퍼드' 등은 뾰족한 귀가 특징인 것처럼요.

    이는 개가 성격보다 외모를 중심으로 교배돼 왔기 때문이에요. 연구진은 사람의 말을 잘 따르고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는 개의 성격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더 전에 개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어요. 그 이후에는 성격보다 외형적인 특성을 만드는 데에만 치중한 교배가 이뤄졌다는 거죠. 개의 특징에 따라 품종을 본격적으로 나누기 시작한 것은 약 200년 전부터예요. 주둥이를 납작하게 만들거나, 몸집을 극단적으로 작게 만드는 등 특정 외모를 만들기 위해 반복적으로 교배를 했지요. 이 과정에서 특징적인 외모를 만드는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남게 된 것이랍니다.

    사람 향해 꼬리 흔드는 여우

    그렇다면 비슷한 성격끼리 반복적으로 교배하면 원하는 성격으로 만들 수 있는 걸까요? 1900년대 초 옛 소련에는 붉은 여우의 변종인 은여우 농장이 많았어요. 모피가 인기였거든요. 그런데 야생동물인 여우는 아주 사나워서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늑대가 개로 길들여진 과정에 관심이 많았던 과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가 "같은 갯과인 여우도 개처럼 길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는 동료 과학자와 함께 1959년부터 본격적으로 여우를 교배하는 실험을 시작했어요. 이들은 여우의 행동을 관찰하고, 공격성이 낮은 상위 10% 여우를 골라 교배시켰어요. 그러자 4년 만에 사람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여우가 태어났습니다. 꼬리를 흔드는 것은 사람을 반가워한다는 뜻이에요. 7년 뒤에는 여러 마리가 꼬리를 흔들었고, 8년 뒤에는 개처럼 꼬리가 동그랗게 위로 말리는 새끼들이 태어났어요. 점점 성격과 생김새가 개와 비슷해진 거지요.

    놀랍게도 15년 뒤에는 낯선 사람을 향해 개처럼 짖는 여우도 등장했습니다. 1970년부터는 같은 방법으로 사나운 여우를 만드는 실험도 했는데, 몇 년 만에 사람이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사나운 여우가 태어났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순한 여우와 사나운 여우, 일반 여우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세 집단의 유전자에서는 일부 다른 점이 발견됐어요. 차이가 나는 유전자 중 80%는 기억력이나 학습 등 뇌와 관련 있었어요.

    과학자들은 늑대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개가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인간에게 친밀한 행동을 보이는 늑대들이 곁에 머물며 반복 교배하면서 인간에게 친밀한 성격이 만들어졌다는 거지요.

    [그래픽] 품종 같다고 성격 같지않아요

    [외국어도 구분해요]

    최근에는 개가 단순히 주인의 말뿐 아니라 주인이 쓰는 언어와 외국어도 구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의 로라 쿠아야 연구팀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 18마리를 모아서 헝가리어와 스페인어를 들려주고 MRI로 뇌의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어요. 이 중 두 마리는 헝가리어는 들어본 적 없이 스페인어만 들으며 생활했고, 나머지는 반대였어요. 이 연구에서 나이가 많은 개일수록, 그리고 아는 언어를 들을 때일수록 뇌 속에서 강한 반응이 나타났어요. 연구팀은 개가 주인의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이 아기가 언어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답니다.
    기고자 :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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