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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옥소 굿그립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발행일 : 2022.05.24 / 특집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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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절염 앓는 아내 보고 주방용품 고민
    인체 구조에 맞는 손잡이 디자인 설계

    5월 19일은 '발명의 날'입니다. 사람들은 발명이라고 하면 마치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요. 발명의 핵심은 관찰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그래서 훌륭한 발명품은 곧 훌륭한 디자인이 되기도 해요.

    미국 주방용품 디자인 회사인 옥소의 '굿그립(Good Grips)' 시리즈는 사용하기 불편한 주방용품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례로 꼽혀요. 미국의 사업가였던 샘 파버는 1982년 손에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내가 주방용품을 쓸 때마다 무척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해요. 특히 손에 쥐기 불편할 만큼 얇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손잡이를 쥐고 '필러'(과일이나 감자 껍질 등을 깎는 용도의 칼)를 사용할 땐 손가락을 베일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죠.

    "왜 모든 주방용품은 불편하고 손을 다치기 쉬운 걸까?" 이렇게 생각한 샘은 디자인 컨설팅 회사 '스마트 디자인'과 합심해 손잡이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냈어요. 모든 주방용품은 손으로 잡고 이용하는데, 손잡이 부분이 인체 구조와 전혀 맞지 않게 설계돼 있던 거예요.

    이들은 기존 필러의 굵지 않은 손잡이를 통통하고 원만한 타원형으로 바꿨어요. 굵은 두께 덕분에 손목에 힘이 덜 들어가서 피로감이 적었죠. 금속 재질 대신 특수 고무를 활용해 편안하고 폭신한 그립감(손에 쥘 때 느낌)을 주었고요. 엄지손가락이 닿는 부분도 움푹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이 덕에 손힘이 약한 사용자도 미끄러트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죠. 손잡이 끝에는 구멍을 뚫어 벽에 걸고 보관하기 쉽게 했어요.

    1990년 샘은 주방용품 회사인 '옥소'를 창립하고 그해 샌프란시스코 박람회에서 감자칼·깡통따개 등 15개의 '굿그립 시리즈'를 공개했어요. 수백 가지 방법을 이용해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사용자 경험을 중심에 둔 디자인이었죠. 10년간 매년 37%씩 판매량이 성장하며 주방용품 디자인의 새로운 모델이 됐답니다.

    옥소의 사례는 디자인을 '무언가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요. 걸어다니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 초소형 컴퓨터인 스마트폰 시대를 개막한 애플의 '아이폰' 등도 이런 이유로 위대한 발명인 동시에 위대한 디자인으로 꼽히고 있답니다.
    기고자 :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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