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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양원제라도 해야 하나"

    노석조 정치부 기자

    발행일 : 2022.05.23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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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 폭주 막으려면 상원이라도 따로 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달 초 여의도에서 만난 한 정치학 교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사태' 이야기가 나오자 "당최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70여 년간 굳어진 형사 사법 제도의 근간을 의석수 우위를 앞세워 개의(開議) 단 3분 만에 강행 처리한 일을 개탄하며 단원제인 우리 국회를 양원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 국회는 제2공화국(1960~1961년) 열 달 정도를 빼곤 줄곧 단원제였다. 건국 초기, 국가 성장기 등 신속한 의사 결정을 우선시하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아무래도 국회가 상·하원 둘로 나뉘어 있으면 사무 진행 절차가 복잡하고 숙의 과정도 길어져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이라는 관문을 또 하나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원제 국회'는 빠르게 많은 법안을 처리할 수 있었고, 이런 힘을 바탕으로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특정 당이 의석을 너무 많이 차지할 경우 소수당이나 정부가 이를 견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조지 워싱턴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나라를 세울 때 '어떻게 하면 의회 권력을 분산·견제할 수 있을까' 고심하다 양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넓은 땅덩어리와 연방제인 특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단원제에선 '원내 다수파의 폭주'를 견제할 길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단원제의 단점으로 우리 국회에선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 또 이를 저지하려는 소수당의 육탄전이 벌어졌다. 의원들은 쇠 지렛대, 전기톱, 최루탄까지 동원했다. 2012년이 돼서야 '이젠 그러지 말자'며 통과시킨 것이 국회 선진화법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맡는 관례도 자리 잡아갔다. 다수결 논리로 소수 목소리를 묵살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보자는 취지였다. "'K단원제'의 진화"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 점에서 선진화법, 국회의원·법사위 여야 분리 관례까지 꼼수로 무력화하며 강행한 검수완박 처리는 'K단원제'를 후퇴시킨 사건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양원제 이야기가 나온 날 함께 자리한 또 다른 교수가 "그거 좋다"며 꺼내 놓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지금 의원 300명의 연봉을 반으로 쪼개 상원을 만들면 어떨까요? 그러면 국민들도 열렬히 호응해주실 것 같아요. 우리가 다음 국회의원 선거 전에 한번 추진해볼까요?" 이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양원제 도입이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다는 걸 다들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죽하면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양원제 얘기까지 나오는지 입법 폭주에 가담한 의원들이 헤아렸으면 한다.
    기고자 : 노석조 정치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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