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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어떤 시] (71) 금빛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Nothing gold can stay)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발행일 : 2022.05.23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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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빛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Nothing gold can stay)

    자연의 첫 초목은 금빛이었지,
    오래 머물러 있기 어려운 색조.
    그 첫 잎은 꽃이었지;
    그러나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잎이 잎으로 가라앉고
    에덴동산에 슬픔이 내려앉고,
    새벽이 낮에 굴복하고,
    어떤 금빛도 오래갈 수 없지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원문의 1행은 "Nature's first green is gold"인데 'green'을 '초록'으로 번역하면 '초록이 금빛'이 되는 모순에 빠져, '초목'으로 번역했다. 영시 원문 6행에 나오는 대문자 'Eden'으로 미루어 보건대 '금빛'은 천지창조 당시의 낙원에 넘치던 밝은 빛, 선하고 빛나는 순수를 말한다. 황금빛 에덴동산 그림을 보고 시를 착상했나? 바닷가의 일출을 보고 새벽 하늘의 찬란한 금빛에 눈이 찔려 첫 행을 썼나? 시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추측해보는 것도 시 읽기의 즐거움이다.

    5행은 '잎이 잎 위에 떨어져 쌓이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절정에 이르자, 화려한 꽃을 피우자마자 시들어 떨어지는 이파리들. 아름다운 순간은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기고자 :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67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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