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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5인 운영위' 민주당 법안,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이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

    발행일 : 2022.05.23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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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공영방송 이사회를 해산하고 25인 운영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11명이던 KBS 이사, 9명이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규모를 각 사별로 25명까지 늘리면 더 많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고 공영방송의 고질병인 '정치적 후견주의'를 줄일 수 있다는 그럴듯한 명분까지 제시한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조선일보 5월 20일 자 칼럼에서 이 법안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실제로 개선할 수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다.

    25인 운영위원회 법안이 제도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노총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다. 아래 같은 문제점 때문이다.

    첫째, 위원 25명 대부분이 친(親)민노총 언론노조 관계자들로 채워진다. 우선 정당 추천 몫으로 배정된 8명은 의석수를 감안할 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소 4명을 추천할 수 있다. 여기에 7명으로 정해진 방송 관련 직능단체 추천 인사에선 최소 6명을 민노총 세력이 가져갈 것이 틀림없다. 직능단체로 분류된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세 단체는 민노총 언론노조의 2중대로 비판받아 온 사실상 연대 조직이다.

    여기에 더해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 추천 인사 3명 가운데 최소 1~2명도 친민주당 인사가 차지하고, 방송사 경영진이 임명하는 시청자위원회 추천 3명도 현재 언론노조 출신인 김의철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 체제에선 친민노총이나 친민주당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지막으로 시·도의회 의장 협회 추천 위원 4명 가운데 최소 2명도 친민주당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다 합치면 최소 '16~17명'이라는 '매직 넘버'가 나온다. 이는 전체 운영위원 25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숫자다. 사장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특별다수제의 기준인 16명에 딱 맞춰져 있다. 이는 공영방송을 친민노총 언론노조 세력이 영구히 장악할 길을 열어줄 것이다.

    둘째,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하자 '검수완박'과 함께 25인 운영위원회 법안을 발의했다. 그래서 이 법안은 '공방영장'(공영방송 영구 장악) 악법으로 불렸다. 과연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어도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에서 25인 운영위원회 법안을 발의하고 지지했을까? 이들은 민주당이 야당이던 지난 2016년 공영방송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뽑을 때 야권 추천 이사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강제한 이른바 '박홍근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를 철회했다.

    25인 운영위원회 법안이 제도화되면 공영방송의 주인 자리는 민노총 언론노조 세력과 민주당 후원 세력이 차지할 것이다. '노영(勞營)' 방송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현실적 대안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박홍근 법안'을 되살리면 된다. 국민 대표성을 갖는 여야의 추천 이사회 제도를 그대로 두고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할 때 여당 독주를 막기 위해 최소 야당 이사 1~2명의 동의를 얻도록 강제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면, '정치적 후견주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방송가에선 이마저 안 되면 아예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투표로 뽑자는 말까지 나온다. 공영방송이 민노총 세력의 대변자가 되다시피한 답답한 상황에서 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려면 국민투표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상상까지 해보는 것이다.
    기고자 :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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