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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나도수정초

    김한규 위스콘신대 박사후 연구원

    발행일 : 2022.05.23 / 특집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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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합성 안 해서 엽록소도 없어… 꽃·줄기 반투명한 흰색이래요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하면 깊은 숲속 어두운 바닥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습니다. 이 식물의 줄기와 꽃은 독특하게도 반투명한 흰색으로, 마치 광물인 '수정'(水晶)과 같은 모습이에요. 바로 나도수정초랍니다.

    나도수정초<사진>가 이처럼 반투명한 색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광합성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식물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광합성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탄수화물을 생산한다는 거예요. 이렇게 생산한 탄수화물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이 되죠.

    그런데 나도수정초는 광합성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광합성에 꼭 필요한 엽록소를 가지고 있지 않고, 식물을 녹색 빛으로 보이게 하는 엽록소가 없어 반투명한 색인 거죠. 햇빛을 많이 받지 않아도 되니 잎도 발달하지 않았어요. 줄기 하나에 꽃이 한 개씩 달려 자라는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나도수정초는 어떻게 영양분과 에너지를 얻을까요? 비밀은 바로 뿌리에 있어요. 식물의 뿌리와 균류가 밀착해서 자라며 서로 영양분을 주고받는 뿌리를 '균뿌리'라고 하는데요. 균은 나무뿌리의 세포벽에 붙어 영양분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고, 수분과 무기염류 등을 나무에 전달해요. 그리고 나무가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탄수화물을 받는 공생 관계로 살아가죠.

    학자들은 이처럼 얇은 막 형태의 균류가 나도수정초의 뿌리를 둘러싸고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나도수정초가 자라는 숲의 다른 나무들에서도 이 같은 형태의 균뿌리가 발견됐는데, 나도수정초가 숲 토양 속에서 서로 연결된 채 퍼져나가는 균사체 네트워크를 통해 탄수화물을 전달받고 있었던 거예요. 보통 균류는 나무가 만들어낸 탄수화물을 전달받으며 살아가지만, 나도수정초가 균류에게 어떤 물질을 주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학자들은 나도수정초가 균류에 기생하는 형태로 살아가는 것인지, 공생 관계인지를 연구하고 있답니다.

    나도수정초는 곤충인 뒤영벌에 의존해서 주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어두운 숲속에서 뒤영벌을 꽃으로 유인하기 위해 벌이 좋아하는 방향성 물질(향기)을 내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뒤영벌을 통해 수정된 꽃이 과육이 있는 열매로 성숙해지면, 숲 바닥에서 살아가는 산바퀴·곱등이·개미 종류가 과육을 먹기 위해 열매를 옮기며 씨앗을 멀리 퍼트린다고 해요. 이렇게 퍼져 나간 씨앗은 토양 속에 있는 공생균을 만나야만 균뿌리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아 발아할 수 있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나도수정초는 오랜 시간 동안 교란 없이 나무뿌리와 균이 넓게 퍼져 있고 서로 연결돼 있는 성숙한 산림에서만 살아갈 수 있어요. 또 꽃가루받이와 씨앗 퍼트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곤충이 살고 있는 산림에서만 효율적으로 열매를 맺고 자손을 퍼트릴 수 있죠. 이 때문에 나도수정초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 식물이랍니다.
    기고자 : 김한규 위스콘신대 박사후 연구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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